나만의 공간

있으면 좋고 없어도 방법은 있다.

by 노연석

아이들이 커가며 자아를 가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독립된 방을 하나씩 주어야 한다. 누구나 그렇지만 아이들도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고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신혼 초 17명 방 두 개짜리 집에서 살 때도 나만의 공간은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도 그때까지도 아이들이 각자의 방을 가질 만큼 크지 않아 나만의 공간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초등학교 때인가? 두 아이들에게 각자의 방을 주고 난 후 나는 나만의 공간을 잃었다. 거실이라는 공간은 있지만 가족을 위한 공간이고 나만을 위한 공간은 사실상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안방 한편에 책상을 하나 둔 공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5년 전에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여전히 나의 공간은 없었다. 이전에 살던 집과 별다름 없다. 이사를 하면서 놓았던 커다란 책상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퇴출시키고 작은 컴퓨터 책상을 하나 샀다.


드레스룸 끝 창문 아래 있는 작은 공간에 들어갈 만한 컴퓨터 책상을 열심히 서핑을 하여 구매 해 설치를 했다. 공간이 정말 작고 장애물도 있고 설치하기 어려웠고 의자도 주문해 조립을 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그 고생의 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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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일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분은 내가 구석에 처박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나를 못 마땅해했던 것 같다. 어느 날 그 책상은 안방 한 구석으로 옮겨졌지만 할 말은 없었다. 그 공간은 사실 옷들이 많다 보니 공기가 좋을 리가 없다.

혼자 그곳에서 인터넷 삼매경, 영화보기, 책 읽기, 글쓰기를 하며 그 안에서 오랜 시간 있다 보니 가족들이 편치 않은 눈치였다.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할 때도 많았다. 나는 괜찮은데 여러모로 가족들이 불편해 하기 시작한 이유가 안방으로 책상이 끌려 나온 이유일 것이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 유현준 교수> 책에 이런 내용의 이런 챕터가 있다. 미국 빈민의 흑인들이 후드티를 입는 이유는 시선을 차단해서라도 자신만의 고간을 가지려는 노력이다. 건축가의 건축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지만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 어려운 도시의 빈민들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티를 뒤집어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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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의 방이 있더라도 온전하게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부모의 감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학생들이 이용하는 곳이 PC방, 편의 점이라고 한다. 자신들만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환경에서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만의 공감을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만의 공간은 다른 시선들을 피해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무엇을 해도 몰입하기에 좋은 상황을 만들어 준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는데 내 주위를 자꾸 누군가 지나다니면 그만큼 집중도 되지 않아 흐름이 깨지기도 한다. 그래서 좀 비좁고 볼품없었지만 그 공간이 혼자 있기에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안방으로 끌려 나온 후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은 너무 볼품없어 보였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잃은 책상도 낯설어하는 것 같았지만 그 안방 구석에 놓인 책상에서 다시 집중을 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책상의 왼쪽에는 책꽂이가 있고 오른쪽은 벽이다 보니 나름 독서실 책상과 같은 느낌으로 집중하는데 괜찮았지만 이럴 거면 전에 사용하던 큰 책상을 버리지 말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재택근무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이 책상으로는 일을 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좀 더 큰 책상을 사야 했다.

컴퓨터를 한대 더 써야 하다 보니 이전 책상으로는 불가능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를 핑계로 한 나만의 공간은 다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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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온전히 나만 쓰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불편함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책상이 커지자 책상 위에 올라오는 것들이 많아져 오히려 더 산만해지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생겼다. 그래서 치울 수 있는 것은 모두 치워 버렸다.




나의 시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피해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위한 공간을 찾는 것은 집중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지금의 나만의 공간을 온전한 나만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시간을 잘 활용하면 완벽해진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시간은 가족들이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기 때문에 저녁, 밤 시간은 그리 좋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집안에 나 혼자 있을 때가 가장 좋은 시간이고 가족들이 다른 일들에 집중하고 있는 시간도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런 방법도 되지 않는다면 귀에 이어폰을 꽂거나 헤드폰을 걸치고 세상과의 소음을 차단할 수도 있다. 정말 집중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어떤 상황이라도 극복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를 하겠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 쉽지 않다. 요즘은 가족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새벽시간 외에는 자연스럽게 헤드폰을 머리 위로 올린다. 그리고 나만의 세상에 집중한다.


이외수 작가는 창고에 교도소에서 사용하는 창틀과 잠금장치를 주문하여 설치하여 잠가두고 탈고할 때까지 창고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떤 선가 봤던 것 같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강제로라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돈을 들여 더 많은 방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할 필요는 없다. 혼자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잘 찾아 활용하는 것이 나만의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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