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겨울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너

by 노연석

낮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더니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계속 나를 따라옵니다.


비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내리는 빗줄기가 조금 선명하게 보입니다. 우산을 눌러쓰고 땅만 보며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서정적인 풍경입니다. 오랜만입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어느덧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쓰고 오던 우산을 내려놓으며 안도의 숨을 쉽니다. 때아닌 비를 만난 탓인 듯합니다. 미쳐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롱 패딩의 모자를 눌러쓰고 비를 가르며 달려갑니다.


날씨 예보를 잘 보고 나온 사람들의 손이 당당히 들려있는 우산. 우산을 쓴 모습에 여유로움이 보입니다. 저는 늘 가방에 우산을 가지고 다녀서 오늘도 낭패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늘 걷던 길은 포기하고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림을 합니다.


너무 일찍 와서 버스가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비를 피해 모여든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 비를 피해 허둥지둥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집니다. 이제 이 풍경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니까요.


버스가 언제쯤 오나 전광판을 바라봅니다. 좋지 않은 시력과 이놈의 노안. 마스크를 쓰면 습기가 차 버리는 안경은 벗어 버린 탓에 흐릿하게 보이는 숫자들을 알아볼 수가 없어 전광판 가까이 다가 집중해서 쳐다보는데 버스 한 대가 들어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입니다.


이곳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는 항상 여러 대가 같이 몰려다닙니다. 바로 뒤에 한대가 더 왔습니다. 아무거나 탈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배차 간격을 조금 조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날 해 보지만 소원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약간의 설렘이 있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기다림은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마저 듭니다. 오늘은 비까지 내려줘서 더욱더 그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버스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유튜브를 열어 놓고 겨울비를 들어 봅니다.

젊은 시절 노래방에서 참 많이 불렀었습니다. 이제 노래방과 노래 부르는 것과 이별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음치가 되어 버리지 않았을까? 아니 박치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있을까? 란 생각을 해 봅니다. 노래를 부르지는 못해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사랑해~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질 않는가~~ 아~아.

내게 떠나간, 멀리 떠나간

사랑의 여인아~~


<사진출처 : 시간의 흔적,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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