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쓸데없는 단상
요즘은 그냥, 나 혼자 산다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연예인들과 내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요즘 새삼스럽게 느낀다. 가족과 같이 살고 있지만 나 혼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이기만을...
휴일 아침, 나에게는 아침인데 가족들에게는 한밤 중과 같은 시간이라 조심스럽게 일어나 쌀을 씻고, 조심스럽게 밥을 안쳐놓고, 조심스럽게 냉장고 문을 열어 어떤 반찬으로 먹을까 뒤적이다 손에 걸리는 놈들을 꺼내어 놓고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린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밥하는 것과 라면 끓이는 것뿐이고 반찬 같은 건 할 줄 몰라 손도 못 댄다. 간단한 볶음밥 같은 건 할 수 있지만 아침부터 요란을 떨며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간단한 볶음밥이지만 내가 하면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요란을 떠는 음식이 된다.
사실 평일에는 출근시간 때문에 샐러드와 과일 한 개로 아침으로 먹고 있지만, 휴일에는 그래도 아침에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면 밥이 없는 날은 밥을 해야 한다. 반찬은 대충 먹더라도.
코로나 19 이후 아이들의 생활 습관은 이미 오래전에 밤과 낮이 바뀌었다. 사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지? 놀다가 자는지? 잘 모른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취침시간이 이르다. 늦어도 11시면 이불속을 들어가야 하니 그 이후로 가족들의 시간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생활을 많이 터치하지 않고 있고 그대로 두었더니 아이들은 수업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침에 빨리 일어나야 11시다. 12시를 넘어 오후 1시에 일어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아내도 휴일에는 늦게까지 잠을 자기 때문에 휴일 아침에도 대부분 나는 혼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 4시 반, 휴일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는 것을 보려면 5~6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혼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가족들과 점심식사 시간도 자연스럽게 맞출 수가 없고 그나마 저녁시간에 맞출 수 있기는 한데 아이들이 학원이라도 가고, 아내의 일이 늦어지는 날은 나는 여전히 혼밥을 먹어야 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가족들이 함께 하고는 있지만 난 정말 혼자 사는 사람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한다. 밥을 같이 먹는 날도 밥을 먹고 나면 각자의 방으로 모두 사라진다.
사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분들이 보면 나의 이 여유로운 시간에 대한 한탄을 보면서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말을 할 수도 있겠으나 아이들이 중학생 이상이 되고 나면 이런 시간이 찾아온다. 시간이 지나면 찾아오니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도, 아내와 함께한 시간은 거의 사라졌다.
사실 같이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어른이든 아이든 반드시 좋지 않은 상황이 가끔 일어난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 격이 없이 지내는 상황이 만들어 내는 충돌 때문이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좋다고 할 수도 없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오늘 아침도 밥을 하는 동안, 밥을 먹는 동안 그리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부스럭, 달그락 대는 소리들이 누워있는 식구들의 귀속으로 들어갔겠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커피 한잔 내리는 동안 발생되는 소음도 만만치 않은데 개의치 않으며 아무런 인기척 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인가? 오늘따라 매일 마시는 이 커피가 더 씁쓸하다.
인생이 달콤한 날보다 씁쓸한 날이 더 많기는 하지만, 오늘이 그 씁쓸한 날인지 오늘 아침 커피가 유난히 쓰다. 내 마음을 이해하지 않고 반항하는 것 같다.
혼자된 생활은 얼마간은 자유롭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되면 외로워진다.
이렇게 살려고 내가 이제 것 살아왔던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19로 인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함의 탓으로 돌려 본다. 이런 위기는 각자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날도 따뜻해지고 움츠려진 몸도 풀고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 와야겠다. 바깥공기 맞으며 씁쓸함을 달래 보아야겠다.
한 겨울에도 베란다에서 제라늄 너는 꽃을 피우더니, 오늘은 더 활짝 꽃을 피운 너는 정말 대단하다. 혼자 살며 이렇게 활기찬 비결이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