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자네 왔는가?

미안 하지만 조용히 지나가시게

by 노연석

봄, 자네 왔는가?


자네가 오는 줄도 모르고 넋을 놓고 있었네.

실은 자네가 반갑지가 않아 못 본채 했다네.

미안 하네만,

난, 아직 자네를 맞이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네...


봄을 탄다면 탄다고 할 수도 있고?

느지막이 찾아온 사춘기라면 사춘기 일수도 있네만,

나도 잘 모르겠네 새로운 자아가 생기려는 것 있지?

보잘것없는 자아조차 소멸되려는 것인지?


왠지 쓸쓸하고 외롭우며 고독해져 버린 마음은

한 동안 물을 주지 않아 베란다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붉은색의 제라늄 같네 그려.

시들어 버린 제라늄은 물을 주면 살아나기라도 하지.


쓸쓸함과 외로움과 고독함에 시들어 버린 마음을

다시 살려보려 물 대신 축여보는 한잔 술에

마음만 더 시뻘겋게 타들어가게 만드는 구만.

숙취 가득한 아침은 보너스일세 그려.


봄, 자네는 조금 더 있다가 오던가?

빨리 지나가 버리면 안 되겠는가?

아니, 그럴 수야 없지.

나 좋자고 다른 사람들에게 봄을 뺏었어서야 되겠나.


그냥 조용히 왔다 조용히 가시게.

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말일세.

내 마음에 봄은 가져다주지 않아도 되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네도 못 본 척 조용히 지나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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