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만 가고
나의 로그를 쌓다.
얼마 전 누군가 하루하루는 더딘 것 같은데 한주, 한 달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간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생각해 보니 벌써 한 달의 끝에 다시 와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것처럼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 버렸고 하루하루를 일터로 나가기 위한 고난. 전쟁터 같은 일터로 그리고 전쟁을 마친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살아간다.
오늘도 전쟁터와 같은 일터에서 일어날 일들에 몸서리가 처진다. 눈꽃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는 마치 인공지능 로봇과 같이 움직이는 하루하루에 잠시 허리를 필 틈도 없이 지날 때가 많지만 그렇게 하루는 출근과 동시에 끝을 바라본다.
나의 하루 일과는 메모장에 할 일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여기저기 예상치 못하게 날아드는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때가 많아 내 할 일은 언제나 뒤로 밀리곤 하지만...
그래도, 하루 할 일들은 반드시 메모를 하고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체크를 해 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는 나의 습관이다.
예전에도 하던 습관이지만 난 내가 하는 일들 하나하나 사소한 것 까지 모두 수행한 시간까지 기록을 하며 나의 로그들을 쌓고 있다. 마치 로봇이, 프로그램이 실행할 때마다 쌓는 로그와 같이 쌓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할 때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와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몇 시 몇 분에 시작했는지 적고 일이 끝나는 시점의 시간을 적는다. 그러면 얼마나 그 일에 시간을 썼는지 확인할 수 있고 내가 오늘 얼마나 일을 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나의 로그를 남기는 이유는 잘 기억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전쟁터에서 날아드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가끔 해야 할 일을 놓치기도 하기 때문에 기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일들을 기록하다 보면 시간을 허투루 쓰기 어렵다.
한 일을 기록하는 동안 내가 일한 시간들이 누적되는 것이 보이고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보여 지기 때문에 나는 내가 아침에 적어놓은 일들이 마무리되어 가는지, 남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지 체크하며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정시 퇴근을 위해... 워라벨을 위해...
내가 이렇게 수행한 일들의 기록은 타임시트(Time sheet), 즉, 출퇴근 기록부와 같다.
요즘 수기로 출퇴근 기록을 하는 기업은 거의 없어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매우 편리해졌다. 출퇴근 기록을 위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작은 가게나 소상공인 분들은 출퇴근 기록기나 수기로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전 근무지에서는 이렇게 기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기록했어야 했던 불편한 사연이 있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타임시트는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지만 나는 출근과 퇴근 사이 휴게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기록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이지만 직원들 모두에게 이런 일을 시킨다면 매우 많은 불만을 초래하고 사실 잘 이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에는 거짓이 있을 수도 있다. 수많은 시간 동안 회사들은 타임시트에 고민을 하고 적용을 했지만 성공한 곳을 본 적은 없다.
정말 개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알아서 작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투명하지도 않아 믿기 어려운 자료이며 평가에도 공정하게 사용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기록을 누군가 1년 동안 작성을 한 것을 보여 준다면 거짓으로 작성을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가기만 한다. 거기엔 시작도 끝도 없다. 흘러가는 시간에 우리는 시작을 만들고 끝을 만들 뿐이다. 시작과 끝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고 먹고 자고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하며 살아간다. 너무도 바쁘게 살고 있는 나머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느끼지 못한 채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가 있다는 것에 절망하기도 한다. 내 소중한 젊은 날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나고 흐르고 흐리는 것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활동 로그를 기록한다. 그렇게라도 나의 시간이 허무하게 지나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시간은 내가 방황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나를 미래에 데려다 놓았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이
흘러가고 또 흘러가면 또 미래로 보내려 한다.
내가 아는 나는 검은색의 머리숱도 많고
얼굴은 팽팽하고 땡땡하고 밝고 환하며
애 때 보이는 그런 나였는데...
거울에 비친 나는 기대와는 다르게
흰머리가 지긋해져 가고
주름과 검버섯이 하나둘 늘어만 간다.
나의 마음은 아직 청춘 이건만
몸은 마음과 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청춘은 과거의 이력으로만 남아 있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할 시간인 것에 손을 든다.
과거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지난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