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걱정. 오지 않아도 걱정
퇴근 시간 회사 건물 밖으로 발을 몇 걸음을 내딛는 순간 차갑게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빗줄기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내일 온다고 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바닥이 빗방울의 파편들이 흩어지고 번져나가고 있다. 바닥에 내려앉으며 내는 마찰음은 나지막이 깔리고 반항하듯이 튀어 오르는 파편들은 다시 부서지고 부서져 대지를 적신다.
내일은 비가 오면 제대로 구경조차 못한 벚꽃잎은 나뭇가지가 아닌 땅바닥이 마치 가지인 양 부는 바람에 나부끼며 날리는 모습들을 상상해 본다. 아직 그만큼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괜한 걱정을 한다. 사실 꽃구경을 하러 굳이 발걸음을 내디딜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조금씩 빗줄기는 굵어지는데 오늘은 우산도 챙기고 나오지 않았다. 내리는 비를 맞고 식물들이 자라나듯이 나도 1cm쯤 키가 자라기를 바라보며 걷는다. 아직은 옷이 젖을 만큼 내리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부려 본다. 정말 비를 맞고 손톱만큼이라도 키가 크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뉴스거리가 될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금요일, 퇴근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의 마음은 더 초조해지고 분주해진다.
7시가 다 되어 가는데 사람들은 이제야 퇴근길에 나선 사람들이 많다. 어느새 해가 길어진 것인지 아직 붉게 물들어 있는 하늘은 쉽사리 어둠을 하락하려 하지 않는다. 밀려오는 먹구름 조차 태양을 밀어내고 있는데...
아침에 해는 얼마 전보다 부지런해져 있고 저녁의 해는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와 같은 맘으로 어둠이 밀어대는 것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자 길거리에서 보기 드문 풍경, 우산을 파는 우산 장수가 보인다.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조그마한 카트에 우산이 수십 개가 꽂혀 있다.
우산을 팔러 나왔지만 아직 비가 쏟아지지 않아 우산을 사는 사람은 없고,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다. 우산 장수는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우산을 파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한바탕 소나기라도 퍼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산 장수의 우산이 다 팔려야 집에 편하게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일기예보는 비교적 잘 맞는 것 같다. 비가 오지 않는다 했고 한두 방울 떨어진 비는 그냥 눈 감아 주는 것으로 한다. 사실 더 많이 내리지 않는 것에 나는 감사할 따름인데 걱정인 사람은 있다.
그래도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니 사람들의 발걸음은 평소도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버스 정류장의 처마 밑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한 방울이라도 피해 보려는 마음은 누구나 다를 바가 없다. 나도 처마 밑에 머리를 밀어 넣어 본다.
버스가 도착하여 타고 이곳을 벗어나 집 근처에 가면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아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귀가를 할 수 있었지만, 오늘 우산 장수는 허탕을 쳤을 것이 분명하다. 나라도 하나 팔아 주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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