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가 속한 부서의 사람들이 사라졌습니다. 부서원이라고 해 봐야 나를 포함해서 6명. 어느 날 출근을 해보니 윗분들은 모두 출근을 하지 않았고 저와 행정 사원만 출근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꿈은 아닌지란 생각에 망연자실하게 며칠 사무실에 출근을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진짜로 전산업무를 하는 정보시스템실로 발령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하는 업무들은 지금껏 제가 해 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한참 웹 개발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었는데 이곳에선 아직 CS(Client/Server)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습니다.
로터스 노츠 그룹웨어, 파워빌더 이런 것들이라 저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중 파워빌더로 개발하는 쪽은 중요 시스템들이었기 때문에 초보,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고 그룹웨어인 로터스 노츠 개발, 운영하는 업무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이 개발 툴은 사실 일반 사용자도 몇 시간만 공부하면 누구나 기본적인 것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은 웹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환경 변화에 대응을 하지 못하여 사라졌지만 그 당시는 매우 강력한 프로그램, 저작 도구였습니다.
코딩을 좀 해 보신 분들이라면 하나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다른 프로그래밍 Language를 알아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코딩을 그렇게 많이 해 본 것은 아니다 보니 이번에도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그간의 경험으로 문제가 주어지면 맨땅에 헤딩해가며 어떻게든 만들어 가는 끊기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코딩 실력은 늘었지만 이때 운영하던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정확하게는 OS와 소프트웨어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인데, 처음엔 IBM에 OS2 Warp와 로터스 노츠 시스템의 궁합으로 사용을 했으나 잦은 오류로 인한 장애가 발생을 하게 되면서 서서히 서버 시장에서 안정화를 해 가고 있는 Micorsoft사의 Windows Server로 전환을 했습니다.
그 후로 문제없이 잘 운영이 되었을까요? 당연히 잘 운영이 될 줄 알았지만 우리는 Windows Server로 더 많은 장애로 고생을 했고 고객사 윗분들에게 호출되어 문제 해결에 대한 질책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고객사의 요구로 입사해서 처음으로 시말서라는 것을 작성해서 제출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Windows Server는 패치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많이 안정화가 되어 골치 아픈 일들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장애 때문에 노심초사하던 때가 떠 오릅니다.
그렇게 안정화가 되고 몇 년 후에 세상은 월드와이드 웹을 내세운 세상으로 기업의 시스템들은 변화를 꿈꾸기 시작하였습니다. 회사의 시스템들은 모두 C/S환경에서 웹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였고 기나긴 프로젝트 끝에 마무리된 웹 환경의 시스템들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과도기,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끝에 이제 다른 시스템들도 웹 환경으로 모두 변화되어 가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로터스 노츠의 시스템도 제조사에 제공하는 웹 환경으로 전환을 시도를 해 봤지만 그 당시 현시점에 가지고 있는 노츠 시스템을 따라올 수가 없는 기능이 제공되다 보니 하나하나 웹 시스템으로 옮겨갈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츠는 비정형 DB를 사용하기 때문에 관계형 DB로 마이그레이션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전환되는 시스템의 DB는 깡통에서 시작을 하고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