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월드와이드 웹(WWW)

나의전산 이야기

by 노연석

90년대 말, 시간이 흘러 회사의 시스템들도 이제 웹 환경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이 전환의 의미는 아직 내가 모르던 분야, 즉 예전에 웹 개발을 시작하면 데이터를 파일로 저장하던 것을 데이터베이스라는 놈에 저장하여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을 모르고서는 기업의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웹 환경으로 회사 시스템들이 전환을 시작하면서 다시 나도 웹코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코딩을 시작하게 되고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이해를 하며 그 옛날 어렵게 만들어 냈던 것을 좀 더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고 대량의 데이터 처리나 프로그램의 속도를 한층 더 높이는 등의 코딩을 하고 풀리 않는 숙제를 해결해 나가며 사실상 깊숙이 빠져 들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코딩을 하면서 납기가 촉박하기도 했지만 이제 재미가 붙어 코딩을 하며 밤을 새우는 날이 점점 늘어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운 청춘을 그렇게 소비를 한 것이 안타갑기는 하지만 그런 날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계기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밤새워 일하기도 힘들지만 밤을 새우고 나면 피곤함 때문에 다음날 일하기가 힘들다.


이때부터 생각한 것은 어떤 것도 프로그램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할 뿐. 무엇보다 누군가 개발할 거리를 주면 그들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너무도 재미가 있었다. 숙제를 주면서도 불가능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줬던 것 같은데 세상에 만들지 못할 프로그램은 없다.


한 번은 고객사에서 EIS(Executive Information System) 개발을 의뢰했는데 말도 되지 않는 납기를 제시했던 적이 있다. 이 시스템은 회사의 각종 주요 지표 현황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활용이 되고 회사에 있는 전체 시스템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지표 형태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주변 시스템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때라 시스템이 없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업무들이 아직 많을 때였다. 그런데 그런 업무까지 시스템 구성에 넣어야 하는 데다 그런 업무가 적지 않게 많다는 게 짧은 납기에 개발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데이터 취합, 가공하는 것들은 사실 그렇게 어렵기 않게 할 수 있고 시간이 그리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가끔 난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스템이 없는 업무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기능까지 다 만들어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쌓아 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적어도 2달은 작업을 해야 가능할 일이라고 고객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고객은 막무가내다.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설계를 진행했다. 시스템이 없는 업무들의 데이터 관리 기능을 최대한 공통화하여 재활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했다. 덕분에 시스템은 2주 만에 만들어 시연을 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고객은 놀랐지만 그 순간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더 나열하고 요구해 왔다. 그 시스템으로 경영회의에서 회의 자료의 일부를 대체해서 사용을 했었고 꾸준히 업데이트되어 그 시스템을 만들었던 임원이 나가기 전까지는 잘 활용했던 것 같다.


20대, 30대 그때는 체력도 좋고, 머리 회전도 빨라 개발이라는 업무는 재미가 있었고 그때는 전산화되지 않는 업무들을 하나하나 시스템화해서 사용자들이 잘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 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코디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전산 쟁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너무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허리 디스크, 목디스크로 고생을 하면서도 그리고 가끔 과로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다.


덕분에 나도 허리 디스크로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고생했어야 했다. 지금은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지 않을 만큼 완치가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든 날 들을 보냈었다. 그래도 코딩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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