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미디어 중독

이런 시간이 필요한때도 있지

by 노연석

TV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어쩌다 한번 보게 되는 드라마는 언제나 그렇듯 나도 모르게 빠져 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TV는 보지 않으려 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 다른 할 일들에 영향을 줘서 가능하면 시청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얼마 전 주말은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혼자 있게 된 시간, 평소에 해야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드라마라도 정주행 해 보기로 했다.


정주행 하게 된 드라마는 얼마 전 쿠팡 플레이에서 영화인 줄 알고 보다 보니 드라마여서 중독될까 봐 바로 꺼버렸던 드라마였다. 인연이 있어 다시 꺼내어 보게 만들었고 16부작을 이틀 동안 밥 먹어가며, 술 한잔 해 가며, 모두 시청을 완료하고 난 후에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작가, 제작자들의 뒷 이야기 영상까지 시청을 하고서야 긴 시간의 드라마 정주행을 마쳤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얼마 전에 종영한 대박부동산이다. 퇴마사로 주인공 역할을 맡은 장나라는 드라마 내내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마음은 세상의 악귀를 물리치는 일이 본인의 소명임을 거부하지 않은 채 사실상 사람들을 위한 선을 실행하는 착한 퇴마사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낸다.


드라마,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 로맨스 아닐까. 퇴마를 주제로 하지만 퇴마 이야기 만으로는 지루 할 수밖에 없다. 정용화는 원귀를 보내기 전에 잠시 몸을 빌려주는 영매, 영매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영매 역할로 등장을 한다. 퇴마사 홍지하(장나라), 영매 오인범(정용하)의 러브라인 아닌 러브라인이 자칫하면 지루 할 퇴마 이야기를 뒷받침해 주어 시청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췄던 것 같다. 특별한 영매는 퇴마를 떠나 홍지하에게 특별한 오인범이 되어가고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은 다 알아차리게 하는 그런 뻔한 스토리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그런 뻔한 스토리로 전개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어 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반전이 더 해지면 더 흥미로워 지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반전은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20대 초반에 읽었던 퇴마록이 생각났다.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느낌은 그때 퇴마록에 빠져 책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16부작을 모두 시청하고 난 후에 어쩌면 시즌2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을 읽는 것과 같이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도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 궁금해지면서 빠져들게 된다. 책이든 영상물이든 시작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일은 생기지 않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살이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장에서도 윗분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면 주목받지 못한 채 성장하기 어렵고 걸림돌을 많이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목을 받기보다는 때론 조용히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늘 그렇지는 않은 것이 인생이다.


수많은 창작물들이 만들어지지만 선택되기도 하고 선택받지 못하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어떤 상사에게 난 선택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나와 코드가 맞는 것, 사람을 만나는 행운이 온다면 정말 감사해야 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박부동산은 나와는 코드가 맞는 드라마였다. 16부작을 쉬지 않고 볼 수 있게 끌어드리고 빠져 들게 할 충분한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로 시즌2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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