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며 달리지 말기

바쁘더라도 잠시멍 때리기

by 노연석

오랜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건강검진일 입니다. 이른 검진 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서 5시 2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사전 코로나 검사가 생겨서 사람이 많아지면 검진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예전에는 중간중간 여유시간이 있어 한참 대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못하네요. 그래도 잠시 창밖을 내다보면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저 멀리 도로 위에 아침 출근을 위해 직장으로 달려가는 차들이 아직은 거북이걸음을 걷지 않아도 될 만큼 씽씽 달려갑니다. 한참을 내려다보며 나도 이 시간이면 직장으로 저렇게 달려가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구나라는 것을 상기하며 오가는 차들을 내려다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차에 올라 회사까지 도착하는 동안 직장인이라면 직장에 자신이 정해 놓은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루틴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창밖을 내려다보며 오랜만에 그런 루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이렇게 내려다보며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게 바쁘게 아침을 시작하는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지해 봅니다. 그런 사람들은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내가 바쁘게 회사 출근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아침부터 일찍 출근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매일 같은 길을 걸어가고 매일 같은 차나 버스에 올라가야 할 목적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일탈이라도 하려면 휴가를 내거나 이렇게 건강검진이라도 받아야 합니다.


그냥 아침 창밖 풍경을 내다보고 있다 보니 늘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가 조금은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살아가고 있나? 잘 살기 위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잘 살지도,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삶을 살아가고 건강검진 때만 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오늘 다른 날과 다르게 문진 하시는 교수님께서 제가 가지고 있는 병들을 하나하나 집어가면 개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고 있는지를 물어서 당황했습니다. 전 같으면 상황 설명만 하고 끝났고 "잘 알겠지요" 대충 이런 식으로 끝났는데 "당뇨가 작년에 좋아 지기는 했지만 완전 탈출을 하려면 더 노력을 해야 한다, 곧게 일자로 뻗은 요추를 좋게 하려면 걸으면서 배에 힘을 꽉 주고 걸어라. 술은 두 잔만 마셔라...."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실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인바디 결과도 작년보다 더 좋아졌고 전반적으로 좋기는 한데 검사 결과는 나와 봐야겠지요.


창밖을 내다보니 바쁜 삶에서 도심 속 길 위에서 바라보던 건물들과 다르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물들들의 풍경은 가슴이 뻥 뚫어지는 것 같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닥에서 주변을 볼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아야 전체적인 구도가 더 잘 보이고 그 안에서 움직임 사람들, 자동차 등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알아차리고 문제가 무엇인가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왠지 생각을 오래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다음 차례가 벌써 왔어었아햐는데... 병원에서 준 단말기가 잘 동작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다보던 창밖의 풍경에서 병원 대기실 풍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역시나 나를 찾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 빨리 검진을 받으러 갑니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내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그런 것들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멍 때리면서 잠시 이런 생각에 빠져 들어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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