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형, 나의 걱정을 가져가 줘~. 부탁해.
몇 해 전 회사에서 걱정인형 만들기 체험을 했었다. 얼마나 걱정거리가 많으면 걱정인형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걱정인형을 만들면서도 내겐 심각한 걱정거리도 없지만, 그런 걱정거리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랐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걱정인형은 한동안 사무실 파티션 벽에 붙어져 있었는데, 걱정인형을 매일 바라보면서 저 걱정인형이 정말 걱정을 없애 줄 수 있을까란 의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말 걱정거리가 생길 때마다 가져가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걱정인형은 지금은 어딘가에 있기는 하겠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사무실을 옮기며 짐 속에 같이 묻혀 집으로 들어왔는데 그 짐 꾸러미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나의 걱정들을 가져가서 나를 홀가분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별 걱정 없이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걱정거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던 중 그 걱정인형이 생각이 났다. 걱정인형이 어디론가 간 것일까?
정말 나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고 있었던 것일까?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때마다 걱정거리는 항상 있다. 그 걱정들은 결국 자신이 걱정을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걱정 것 일뿐일텐데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까지 걱정하며 살아긴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흘려보내면 걱정인형은 필요 없을텐데, 사람 사는 세상에 걱정은 늘 한자리를 자리 잡고 있고 함께 살아간다. 마치 코뿔소와 코뿔새와 같이...
요즘이 그렇다. 그냥 흘려보내면 될 것을 붙잡고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들도 아닌데 책을 읽다가도, 아침에 명상을 하다 떠오르고, 길을 걷다가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다가도 느닷없이 걱정이 찾아오고는 한다. 뭐 이건 상사병이 걸린 것도 아니고, 회사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삶의 비중을 두고 살자고 생각하며 살지만 회사일은 늘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면 걱정을 떨구어 버리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하기에도 모호하기는 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일에 몰입하고 과거는 잊어버리는 것이지만 말로는 쉽지만 실천으로 옮기며 몰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 계획을 빡빡하게 짜서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해 버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평소보다 일찍 베개에 머리를 붙이고 잠이 들어 꿈속으로 떠나 걱정거리를 잠시 놓아 줄수 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잠만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은 지속된다. 자신도 모른 사이에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기억하지 않으려 잊으려 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 어딘가에서 다시 둥둥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곁을 지키고 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순간 머리를 흔들며 지워 보려 하지만 찰떡같이 붙어 있다.
결국 걱정거리가 있다면 빨리 해결을 하는 수밖에 없다. 붙잡고 있지 말고 걱정을 떠나보낼 수 있도록 행동으로 움직이고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걱정인형이 해 주는 일이 아마도 걱정거리를 안고 있지 않게 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밑져야 본전인데 주말에 걱정인형 한번 만들어 곁에 두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혹시 알아요 걱정인형이 깔끔하게 걱정거리를 해결해 줄지. 저도 걱정인형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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