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필리아노 Aug 21. 2021

침묵은 금인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의 가진 활용 용도처럼 실제로 침묵은 좋은 무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

누군가와의 언쟁에서 핏대를 세우고 할 말, 못할 말들을 쏟아내고 난 후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 지워질 때가 있다. 굳이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 "아~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침묵은 금이다.


타인과의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순간, 많은 말을 쏟아내기보다 말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싸우려 하지 말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침묵은 금일 때도 많다.


가끔 술자리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해 이런, 저런 오만가지 이야기를 다 꺼내어 놓고 다음날 아침에 내가 무슨 말을 했었더라 생각하며 하나씩 집어가다 보면 창피함이 몰려올 때도 있다. 그래도 이런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들은 내가 취했다면 다른 사람들도 취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하니, 아니 기억 못 한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눈치를 보며 굳이 물어보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도 괜한 말들을 꺼내어 놓는 순간 창피함의 배가 될 것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일, 상사, 동료 등등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의를 하다 보니 잘 풀리지 않는 주제가 있는데 해결이 잘 되는 듯하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때 나에게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어 생각을 해보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이야기를 할까? 말까?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그 일은 분명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될 것이 뻔히 보이니 선 듯 이야기를 꺼내 놓지 않으려 한다. 또한 나의 한마디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는 사람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에 또 괴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회사의 입장에서 이럴 때 침묵은 금일까? 직장 내 구성원들이 이렇게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회사는 발전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다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는 지속적인 발전을 하지 않고 머무르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물론 너무 많은 의견으로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도 좋지는 않겠지만 침묵하는 것보다는 더 좋지 않을까.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침묵하게 만드는 것에는 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조직을 운영하는 수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조직의 문화에 변화를 주지 못한 채 그런 조직 문화를 이어오고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가져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런 상황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그냥 쥐어짜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다.




한 병원에서 A그룹에서는 문제나 이슈가 있을 때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B그룹에는 조금 경직된 분위기로 이야기를 해도 인정해 주지 않거나 질타를 받게 되는 등의 분위기가 만들어 관찰을 했다. B그룹보다 A그룹에서 더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이 되었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놓고 해결을 하는 일도 많았다 반면 B그룹은 A그룹보다 리포팅된 문제, 이슈들이 적었지만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문제가 발생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일이 많았다. A그룹의 사람들은 자유로운 의사 발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들을 같이 공유하고 해결해 나간 반면 B그룹은 그렇지 못했다. 


병원의 입장에서 문제가 많이 리포팅되는 것이 처음에는 당혹스럽겠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 점점 발전하는 모습으로 변화해 간다는 점에서 직원들이 침묵하게 만들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병원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실험을 회사에서 해 보고 좋은 결과를 반영해서 문화로 만드는 일을 해야 일 할 맛 나는 직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얼마 전에 회사에서 아이디어 발굴을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사실상 강요를 받았다. 한참을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을 정리하다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사례를 볼 때 나에게 또 일이 하나 더 얹히는 상황이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한참을 작성하던 드래그 하여 선택한 후 delete 키를 눌러 버리고 지금 나의 상황에 일이 더 많아지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하여 보냈다.


이런 것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하나둘 던져지는 일들 때문에 피곤한데 회사에 더 열성을 쏟아부을 마음은 없다. 그리고, 과거에도 수차례 이런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선택된 아이디어가 심사에 심사를 거치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던 것 때문에 이런 상황은 반갑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회사에서는 집단지성을 이용한 문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수집했던 것도 그런 것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아이디어를 수집을 실행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에 진실되고 쓸모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기는 힘들다.


좀 더 유연하고 서로 간의 벽을 허물며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의견을 그냥 흘려보내거나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호응해 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준다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불가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될 뿐 사실 불가능한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도전해 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고 생각만으로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은 말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침묵하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누구도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일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꺼내 놓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이다. 만일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회의를 하거나 설명회 등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로 회의 문화가 비대면으로 많이 발전을 했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졌고 이제는 누구나 자리에서 회의 발언을 하고 있어도 전화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우리 부서장은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여 흩어져 일하는 직원들에게 온라인 세미나를 강요하고 실행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의 장점을 잘 살린 것이지만 세미나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실 업무시간에 온라인으로 세미나를 화면에 띄워놓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세미나 주제들에 대해서도 관심도 없는데 참석 강요로 화면을 띄워놓기만 한다. 그러니 아무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 없다. 강의를 하는 당사자도 재미가 없고 듣는 사람도 재미가 없다. 이런 일들이 수개월째 반복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자신의 궁금증을 말하지 않을뿐더러 궁금증을 가지려 하지도 않는다.


부서장은 세미나를 자주 열어 부서원들의 지식을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부서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윗선에는 우리는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칭찬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더 경직되고 입을 닫고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으며 침묵을 지킬뿐이다.


부서원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직장생활이 지겹고 다니기 싫은 곳이 되지 않아야 하지만 그런 조직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누구도 현재의 상황보다 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우리 조직의 치부를 드러낸 것 같다. 사실이다. 얼마나 이 조직이 생존할지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심각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런 조직을 헐뜯기 위함은 아니다. 조직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사실 크게 문제가 없고 다들 능력이 있는 능력자들이다. 다만, 이 능력자들을 조화롭게 조율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침묵이 가져올 미래에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런 상황을 계속 두어야 하는가? 부서장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자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또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어색한 조직문화를 조화롭게 만드는데 일조를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들을 해 본다.


결국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상황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의견을 듣는 사람은 매몰차게 차단할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이런 상황들을 캐치하여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침묵을 깨트려야 한다. 


침묵을 깨뜨리는 활동으로 변화 방법으로  "불씨"를 이용하기도 한다. 훨훨 타오르는 불도 모두 작은 불씨에서 시작이 된다. 하지만 불씨는 반드시 누군가 주도하여 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물론 리딩은 필요하겠지만 조직 구성원들 각자가 가진 불씨를 살려내지 못하고 꺼트린다면 그 조직은 결국 수명을 다하고 말 것이다. 불씨를 살려내는 일이 침묵을 깨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불이 불을 만나면 더 큰 불이 되듯이, 각자가 가진 불씨가 불이 되어 다른 사람의 불과 합쳐진다면 더 큰 불로 커지는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물을 끼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과 같이 침묵에서 깨어나 던져지는 말 한마디가 더 많은 일들을 해 내고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Image by monikasmigielska from Pixabay.


서랍속의 잠들었던 아이들을 깨우는 시간.

매거진의 이전글 성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