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성의 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내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잘 대해 준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 나만의 착각에 빠진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내가 생각에 대해 올바르게 생각하고 동의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은 반복이 됩니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는 보지 않을 줄 알았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생겨납니다. 인연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좋은 인연이면 얼마든지 반길 텐데 이상하게도 악연이었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악연이라는 것조차 나의 주관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평판이 좋은 사람임에도 나에게는 그저 그런 사람이고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성의가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 사이인지 모르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가며 스쳐 지나는 사람 마냥 취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어느 날 그 악연이었던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같이 일을 하게 되는 일, 더 나아가 그 사람이 나의 상사의 역할자로 돌아오는 순간이 오면 왠지 기분이 언짢아집니다. 부서장이기에 나의 신상명세를 빠짐없이 볼 것이고, 나의 연봉도 알게 되는 곳은 물론이고, 그 왜에도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은 인사 시스템을 통해 취득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 성의 없게 지나 보낸 사람, 그때 좀 최소한의 성의를 좀 보였더라면 지금 조금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는 나에게 불편한 존재이고 나의 대화 영역에 두고 싶지 않은 한 사람으로 기록에서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 살아야 하며, 예의를 지키며, 가끔은 존경의 문초리고 바라보며, 내가 당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어라는 눈빛을 발사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의 없어 보이지 않도록 잘 포장하면서 말이죠.
너무 세상을 빡빡하게 살아갈 이유는 없겠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은 성의 있게 행동하고 주변인들의 정황을 살피며 관심을 가져 주는 정도면 충분히 성의 있는 사람으로, 어쩌면 그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등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는 타인에게 성의 있는 사림인지? 잠시 머릿속을 비우고 이 생각들로 채워 봅니다. 그렇게 성의가 없지도 않지만 주변 사람들을 살갑게 챙기지도 못하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생각과 행동의 크기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나름 성의가 있는 사람인데 생각해 보지만 여전히 이 생각은 극히 역시 주관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먹고살기 힘들죠. 고객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상사의 눈치도 봐야 하고, 주변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후배님들에까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괜히 있는 척, 센 척, 도도한 척하며 살아야 합니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거죠. 성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위장막을 쳐놓고, 내 마음속의 진실을 들여다보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죠.
어떻게 살아왔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 보기 좋으라고 살아가는 삶은 아니니까요. 다만 혼자 살아가는 세상도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성의는 보이며 살아가는 것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