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걷고 있는 길이지루해졌다면
퇴근길에 집으로 걸어오는 길 몇 개의 출발점을 가지고 걷기를 하고 있는데 집까지 오는 경로는 수도 없이 많이 있다. 늘 같은 길로 걷다가 지루해질 때 다른 경로로 걸으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보기도 하며 사람 사는 냄새를 맡기도 한다. 곱창집 옆을 지나가며 언제가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저기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고 가면 딱 좋겠다는 생각도 하며 다양한 길로 걸으며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한동안 경험해 보지 않은 삶들을 살아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가고 있던 길. 지금은 또 그 길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길로 이탈을 한 것 같다. 어쩌면 그간의 생활이 너무나도 규칙적으로 따분하게 반복되는데서 오는 일탈일 수도 있을 것 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이탈하기를 반복을 하며 살겠지만 가끔의 이탈은 다시 앞으로 향하기 위한 동력이 되어 주는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지금 걷고 있는 길에서 벗어나 잠시 외도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한 번쯤을 하지만 쉽게 그 굴레를 벗어 날 수가 없다. 자유라는 무기를 가졌음에도 항상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울타리 안에서 만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더 넓은 세상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도...
괘도를 이탈한다는 것은 모험이고 도전이며 상당한 용기를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가끔 될 대로 되라지라고 생각하고 너무도 가볍게 이탈을 잘하는 사람들 조차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니 였을 것임은 분명하고 다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결단을 잘 내리는 사람일 뿐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동경하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왔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늘 변덕 같은 마음 때문에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 더디기만 하고 조금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또다시 격차가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기만도 바쁜 상황들이 펼쳐져 이탈이라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계속 이탈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살아가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살아온 날에 대한 후회로 상심을 하기도 하고 미래에는 이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보기도 하지만 다짐을 하는 그 순간 그리고 몇 시간, 며칠 생각에 빠지 지기도 하지만 현실 세계에 펼쳐지는 일들을 마주하고 지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런 생각들을 잊은 듯 살아가고 다시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며 이탈과는 다시 거리를 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또 늦은 후회를 한다.
이탈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있는 괘도를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하며, 생각만 하다가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하며 불평, 불만, 불편함 등을 감수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모두가 이탈을 할 필요는 없기는 하다. 불만도 없고, 힘들지 않고, 버틸만하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다면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괘도를 계속 돌며 살아가면 된다. 그 안에서 조금 더 안정적인 방법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 삶에서 굿이 벗어날 생각을 쉽게 하지 않는다. 설사 생각을 했더라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내가 그런 삶을 살아온 것 같다. 변화의 바람에 맞춰 잘 변화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생각을 행동으로 잘 옮기는 결단력이 있는 사람들일 아닐까. 자신의 안정적인 삶에서 변화를 주고 잘 이탈할 줄 아는 이탈자가 아닐까.
거창하게는 아니어도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지루해졌다면 다른 길로 잠시 빠져셔 내가 가고 있던 길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늘 가던대로 그냥 가지말고 가끔 이탈을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