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면 툭툭 털어내면 되지? 잘 알면서 그런다."
"대충 대리기사나 불러서 치워요?"
"대리기사를 불러서 될 일이면 우릴 불렀겠냐?
다 사연이 있으니까."
"남의 집 사연에 관심 없는데?"
"야야, 우리가 그 사연 때문에 먹고 산다."
"5:5"
"갑자기... 그렇게"
"5:5"
"..... 콜"
영화 <특송>에서 백강철 사장(김의성)과 장은하(박소담)의 대화 중에서
어떤 일이든 생각해 보면 남의 집 사연 때문에 우리가 먹고살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IT 서비스라는 일도 고객님들의 사연 때문에 존재하고 덕분에 오랜 시간을 견디어 왔다.
은하, 그녀의 임무와 프로의식
영화 속 주인공 장은하(박소담)는 일반인들은 딱히 접할 일 없는 특송 기사로 일을 한다.
배달하는 물건은 일반 물건과는 사뭇 다르다.
위협에 노출된 사람, 물건 등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적으로부터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전 기술을 생존 무기로 장착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놀라운 운전 기술이다.
어쩌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기에 은하는 위험한 물건을 취급하는 것을 꺼려하지만
돈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은하도 목숨 값을 더 받아내며 내키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운전 솜씨만큼이나 적기 배송하려는 프로의식만은 확고하고, 내 사전엔 배송에 실패란 없다가 그녀의 모토처럼 보인다.
내 삶에서 나는 그녀만큼의 프로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의심해 본다.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 본다.
현실이 아닌 영화이지만 단순하게 운전을 통해 특송 일을 하는 그녀보다 프로의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하는 날들이 물로 더 많았겠지만 어떤 날을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고, 대충 시간을 때우다 퇴근을 하기도 한다.
영화 초반의 벌어지는 특송 작전에서 은하의 운전 기술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추격자들을 따돌리는 장면들마다 짜릿함을 대리 만족할 수 있었다. 예전에 택시 드라이버를 처음 봤을 때만큼 짜릿함을 다시 맛볼 수 있었다.
박대민
영화 특송은 2020년에 개봉한 영화로 신인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박대민 감독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영화의 운전 장면들은 그간 보아오던 영화들에서도 많이 보아 왔던 것들이라 식상할 수 있겠지만 여성 운전자를 내 세운 점과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낸 박소담 배우의 빛나는 연기가 합이 잘 맞았다던 것 같다.
늘 극 중에서 안정적으로 내용이 전개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김의성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도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내며 박대민 감독과 박소담 배우를 더 빛나게 만드는 영화였다.
카체이스(자동차 추격신)와 액션이 주를 이뤄야 하는 영화이고 위험한 일이다 보니 프로의식과 냉철한 판단으로 일을 하는 은하이지만 그놈의 정 때문에 모든 것들이 혼돈 속에 빠져 버린다. 그런 상황은 영화 전개상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속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을 놓치지 않은 영화이고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박대민 감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액션 영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전작 <봉이 김선달>, <그림자 살인>과는 또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는데 그 작품이 액션 영화 특송이다. 영화는 카체이싱과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박 감독은 휴머니즘을 빼놓지 않은 것 같다.
영화가 액션과 스릴로만으로 도배되었다면 볼거리는 많았겠지만 지루하고 식상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휴머니즘을 가미하여 아직 이 사회가 살만한 곳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많이 영리한 감독이 아닐까? 액션과 휴머니즘,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