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삶을 살아가는 지혜

by 노연석

제목부터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인가?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부제 격식에 얼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기는 27가지 방법을 보고 나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들에 대한 책일 거라고 짐작을 한다.


세상이 이런 책들은 널리고 널려있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나라 사람들,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으리란 기대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작가 알렉산더 폰 쉰부르크는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독일 작가의 책도 처음이다. 작가는 인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리석고 오만한 시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생의 비겁함까지 직시할 수 있는 “전통적”인 어른이 되고자 일상을 축적하는 글쟁이로 소개한다.


그는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베를린에 살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유럽 사람답게 유럽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유럽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에피소드들을 예시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 세계 각국의 역사, 문화에도 조애가 깊어 보인다.


왜, 작가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7가지 주제들을 접하기 쉽지 않은 유럽 문화에 기반한 기사도와 기독교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조금은 접근하기 어려운 책 중 하나임은 분명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적 배경들, 유명 인사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도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한 페이지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내 촉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너무도 많은 페이지가 넘어가고 난 후였다.


본격적으로 작가가 이야기하는 27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반적인 책들은 한 가지 주제로 책 한 권을 써가는 것에 반해 27가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모든 내용을 정리해서 이야기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27가지를 실천하면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신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 과연 작가에게 몇 가지나 해당이 될까란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작가가 27가지를 정리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었을 거라는 것에 공감을 해 본다.


27가지 삶의 지혜를 읽으면서 마음 와닿고 공감 가는 주제 몇 가지를 다뤄 볼까 한다. 그 몇 가지는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주제들로 선정했다.


첫 번째, 용기는 한번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이다. 현명함에 관한 주제다.

이익을 가져다주거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면 죄다 덕스러움과 거리가 있다는 가정과 도적적인 것은 어딘가 씁쓸한 맛을 풍겨야 한다.라는 말이 현명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술을 끊거나 금연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지만 칭찬받을 만한 행동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술이나 담배를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더 현명한 사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때 양치질을 하거나, 뜨거운 것에 손을 대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과 같은 현명함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몸에 체득을 하게 된다. 조금씩 현명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주변 환경과 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익혀 나간다.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항목 중에 경청을 꼽고 있다. 현명함이 현실 인식, 즉 진정한 경험을 하려는 노력과 관련이 된다면, 경청을 통한 중요한 정보를 무시하지 않고 잘 듣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이 경청이 있다면 당연히 따라 줘야 할 것은 공감이 아닐까 한다.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해 줌으로써 현명한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을 하나 발견했다. 공감을 해 주는 것은 좋은 일지만 너무 과한 공감은 불감증, 공감 번아웃을 만들 수도 있다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두 번째, 사치는 휘두르는 것이지 휘둘리는 것이 아니다. 절제에 대한 주제인데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이야기가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이해는 갈 것 같다. 절제라는 것은 본래 원한다면 얼마든지 달리 행동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절제의 의미를 모르는 어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한 성주들은 성이 최대한 낡아 보이고, 옷차림은 깨끗해 보이지만 오래되어 낡고, 기워 입는 것이 미덕이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공작처럼 보이지 않게 하고 다녀야 하는 우리가 상상하는 절제와는 다른 그러나 부자라고 해서 그것을 자랑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문화를 이야기하는데 이게 과연 절제인가? 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보여 주기식 행정과 같은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배우야 할 점임은 분명하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물질만능 주의에 빠지고 내가 가진 부를 자랑하기 바쁘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닌 가진 자가 세상에 좀 더 베풀 줄 아는 자랑하기보다 절제하는 것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세 번째, 공감은 내가 당신과 같이 않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만행에 대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돕기 위해 파병을 하는 사람들이나 숙박 예약을 하고 방문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공감을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같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사건들이 뉴스를 도배할 때마다 SNS의 해시태그부터 연대 행위에 나서는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공감 현상이 일어난다. 작가는 이런 행동에 의심을 품는다.


기사에서 본 적이 있겠지만 청백색의 비닐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을 만든 아프가니스탄 꼬마의 사례에서 SNS에서 큰 화제를 일으켜 결국 FC 바르셀로나 스폰서는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 속에 그 꼬마를 비행기에 태워 카타르 훈련장에서 우상이 메시와 만나게 했다.

누가 봐도 그 꼬마 아이에 대한 동정심이 SNS을 퍼지고 공감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FC 바르셀로나 스폰서는 꼬마를 메시와 만나게 하여 구단을 홍보하는데 이용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 꼬마를 메시와 만나게 하는 비용이면 아프리카에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감하겠는가? 이런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모든 것에 공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을 해 본다(공감 반대).


네 번째,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는 스스로에게 대한 과대평가에서 비롯된다.

관대함, 인자함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일본 무사도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우리가 바라보는 관대함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 장수가 적을 쫓아가 제압한 후 전장의 법도에 따라 이름을 불었으나 거절하자 투구를 벗겼고 앳되고 젊은 얼굴을 보자 장수는 차마 칼로 그를 밸 수가 없어 돌아갈 것을 요구하지만 사무라이 정신인가? 이 젊은이는 명예롭게 죽기를 위하고 죽여 달라고 한다. 그에게는 전장에서 불명예스럽게 돌아가기보다 자신을 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는 것이 더 관대함이라 생각 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수 없이 많은 상대방이 베푸는 관대함 즉 용서를 받고 살아왔을 것이다.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기 마련이다. 그럼 주변의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은 나의 관대함이고 그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 우리는 너무 부지런하기 때문에 게으름에 빠진다.

우리는 누구나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해야 할 일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삶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의 자세로 살아가고 어떤 사람들(대부분의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계획된 일들을 미루는 게으름에 빠져든다.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그 게으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매일 같이 삶 속에서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반복의 반복을 통해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습관은 아주 작은 것부터 습관을 들이면 되고 습관이 다른 습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행복은 구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다만 감사하라.

제목에서 처럼 감사함에 대한 주제입니다. 삶이 버거울수록 고마운 순간을 찾아라. 에피소드에 나오는 루스 박사는 일생을 통해 가장 슬픈 두 가지 기억을 슬픔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엄마와 할머니와 이별하는 가슴 찢어지는 순간은 일생을 통한 가장 슬픈 기억이었지만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탄생이었다. 부보님은 당시 내게 두 번째 삶을 선물하셨다”라고 생각하며 감사했고, 헤어진 후 고아원에서 받은 괄시의 경험조차 고아원에서라도 살면서 생명을 건질 수 있게 해 준 분들에게 고마워했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상황이 들이닥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과 마주 한다면 루스 박사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것도 다섯 번째 주제에서 다루었던 습관이 필요한 일이지만 매일 감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경험상 감사하는 일을 직접 손글씨로 노트에 적어 볼 것을 권장한다.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에 오늘 있었던 일들 중 감사할 일을 찾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낯선 단어들, 지명, 이름들과 수다쟁이 같은 작가의 말들이 쏙쏙 들어오는 편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머리에 남아 있지 않은데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같은 27가지를 자신의 삶과 자신이 가진 지식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제목처럼 어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진지한 농담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