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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블랙홀

그 속에서 오늘도 살아간다.

by 노연석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그래서 대부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궁금해지기도 하는 이것.


세상은 둥글기만 한데 그 속에서 사각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TV나 영화를 볼 때도

문서를 작성하고 코딩을 할 때도

심지어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이런 전자기기들이 가진 디스플레이가 아닐지라도 사각형의 창틀 너머로 세상의 단면이 펼쳐진다.


집 창문 너머로 논과 밭, 집, 공장들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회사 창문 너머로 고층 빌딩들의 창문들에 햇살이 부서진다. 약간의 명암, 채도의 변화가 있지만 정적이고 지루하다.


집을 나서고 회사를 나서서 움직이는 동안만은 다양한 풍경들을 맞이 할 수 있다.

이 풍경들은 사각형 안에 보이는 답답한 풍경이나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들보다 자연스럽고 다채롭다.

같은 곳을 반복해서 걸어도 한 순간도 똑같은 적은 없다.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세상과 그 세상 속을 활보하는 사람들, 바삐 움직이는 자동차들,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움직일 때마다 달라지는 건물들.


사각형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정적인 풍경이나 내가 주체가 되지 않은 형태로 보이는 것들보다 나의 움직임으로 나의 눈에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더 아름답고 자연스럽고 세상을 더 살맛 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각의 마법에서 벗어나기란 힘들겠지만 그것을 떠나 온전한 세상을 바라보려면 사각의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밖으로 나서도 한 손에는 사각형의 우주가 들려있고, 어디를 향해도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채로운 뷰 속에서도 사각형의 우주를 수시로 들여다본다.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블랙홀과 같다.


하루 8시간 이상 또 다른 블랙홀 속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하루 종일 그 속에서 일을 하다가 퇴근을 한다.

가끔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제나 블랙홀과 같은 그곳에서 퇴근은 한다.



사각형이 어색했다고 생각되는 시간

생각해 보니 "네모의 꿈"의 영향을 받았나 보다.

YouTube-짱구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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