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아니여야
옳고 그름에 관하여
새벽 5시 40분.
집 앞 횡단보도 신호등의 카운트가 뛰어야 할 만큼 작아지고 있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자동차가 지나간다.
나는 이미 횡단보도의 반쯤으로 향해가고 있고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또 한대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나는 중간에 멈춰 섰고 그 차도 간발의 차이로 멈춰 서기는 했다.
나는 운전석 노려보고 버스시간에 늦을까 발걸음을 재촉했다.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멈춰 서야 했을 차는 앞차의 위반을 따라 한 것일까?
심리적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련 없이 그럴 수 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위반을 했었을 수도 아니면 상습적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경우 상습적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런데, 그 사람만 그랬을까?
앞서 간 차량도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뀐 지 꽤 지났지만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아무도 없는 도로 위, 뭔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 상황이라면, 아니 급하지 않더라고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쳐 갈까라는 생각은 누구나에게 다가오는 유혹 일 수 있다.
어쩌면 나도 그 유혹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고 분명히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는데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가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을까?
시간만 있었다면 유리 창문을 내리게 하고 물어보고 싶었다.
"저기요. 왜 그러 신 건가요?"
오늘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두운 계열의 색상으로 차려입고 나온 내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가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운전자의 행동은 누구 보아도 잘못된 행동이다.
누가 보고 있던 그렇지 않든 간에 법적, 상식적 기준을 어기지 않는 것이 예의, 옳음의 행동을 했어야 했다.
새벽 출근길 횡단보도에서의 상황은 오늘 하루를 심난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다행히 아무런 일이 없었기에 좋은 증조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능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아무 일 없게 지나갈 것이라는 후자에 점을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