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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또 고마웠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by 노연석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던 날, 나는 프로젝트 팀원들을 즉시 재택근무를 전환하고 뿔부리 흩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동료들이 곁에 있어야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사실임이 틀림없다.


재택 전환 후에도 감염자가 늘어났고 며칠 또 다른 경로로의 감염자도 나왔다. 늘어나는 감염에 프로젝트도 걱정이지만 프로젝트 팀원들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더 확산은 되지 않고 있지만 불안하다. 이제 다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코로나에 걸린 팀원들에게 쉬라고 이야기했지만 굳이 일을 계속 이어 나갔다.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 마음속 한 구석에는 많이 아프지 않으면 일을 해 주길 바람이 없지 않았다. 겉으로 쉬라고 말하면서 괜찮다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숨겼다. 그러나, 어쩌면 그 마음을 들켰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마음과 프로젝트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진도가 부진한 걸을 알기에 모두들 너무 열심히 임해 줘서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역경의 순간에 손을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다행인 것은 프로젝트 초기보다 속도가 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어 준다. 그러나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이제 전력 질주가 불가피하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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