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다급한 전화
가장 많은 통화를 한 날로 기록되다
우리 가족들은 평소에 연락을 잘하지 않고 지내는 편이다. 반면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은 비교적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들도 나도 어찌 그리 연락을 안 하고 사는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둘째 동생과는 가끔 톡이라도 하는데 막내 동생과는 통 연락을 하는 일이 없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14살 차이고 막내가 자라는 동안 나는 시골을 떠나와 직장 생활을 시작했기에 서로 친해질 사이가 없었기도 하다.
어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웬만해서는 연락을 하지 않는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TV가 나오질 않는다고 어떻게 좀 해 보라고 하신다. 홀로 사시는 어머니의 유일한 친구이자 낙인 TV가 고장이 났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일이고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어머니는 오래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신 후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지시는 편이라 이런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길 기대할 수는 없다.
TV가 고장이 난 것인지? 셋톱박스에 문제가 있는지? 접시 안테나가 문제가 있는지? TV가 어떻게 안 나오는지를 어머니의 말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짐작하건대 TV는 켜지는 것 같고 셋톱박스가 문제가 아닐까란 추측을 할 수밖에 없어 어머니께는 접시 안테나 회사에 날이 밝으면 연락을 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그래도 안 되면 주말에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드려 조금 안심을 시켜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AS요청을 앱을 통해 했지만 연락조차 오지 않는다. 어머니와 여러 번 통화를 하면 전원 코드도 뺏다 다시 연결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찜찜하건 그냥 문제가 생길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뭔가 건드렸기 때문 일 것 같은데... 설마 했지만 어머니께 묻지는 않았다.
시골에 사촌 동생에게 연락해서 시간 날 때 한번 들러서 봐 달라고 요청해 뒀는데 퇴근길에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청소하다가 HDMI케이블을 건드리셨는지 접촉 불량으로 생긴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케이블도 뽑았다 끼워보라 말씀드리려다 설명하기 힘들어 그냥 두었는데 그게 문제였다니.
설레발로 혹시 TV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가장 빨리 배송받을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허무하기도 하고 돈이 굳었으니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그 접시 안테나 회사는 아직도 연락이 없다니.
어쩌면 아들놈이 통 연락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겨 연락을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TV를 볼 수 없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에서 그래도 잘 지내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골 사촌 동생과 통화를 해서 해결된 걸 알고 있는데 얼마나 기쁘시면 이제 잘 된다고 또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그제야 야 비가 많이 온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씀을 하시고 수화기를 내려 놓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