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꼬이는 인생이 있어 다음 생을 살아갑니다.

풀어가는 재미를 찾아야 즐겁다.

by 노연석

인생은 꼬임의 연속이다.


나의 인생에서 그런 순간들을 찾아보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냥 지나친 적도 있고 꼬임을 풀어가며 지나온 적도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일 그리고 수많은 꼬임 시작된 건 20대 중반 직장, 정확하게는 직업을 잘못 선택한 일이다.


나는 19살에 대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금 나이로 하자면 생일이 지나지 않은 시기여서 17살에 시작을 한 것이 된다.


2년 정도 근무를 하다가 군대를 다녀오면서 나는 갈길을 잃었었다. 군에 가기 전 부서는 아직 존재하지만 그리로 갈 조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부서를 찾아가야 했다.


여기부터 인생의 큰 꼬임이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꼬임을 풀지 못해 그때의 일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발자로 살아야 했던 이유다.


개발자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난 개발과는 정말 거리가 멀고 잘하지도 못하면서도 지금까지 꾸역꾸역 버텨왔다. 30년이 넘은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왜 이러고 살아왔는지 돌아보면 한심하기도 하다.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입학한 대학에서도. 그리고 내 전공 분야는 반도체 설계였지만 그 일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일이 하고 싶어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건만.


첫 단추를 잘 못 끼우고 어정쩡한 옷을 입고 살아오느라 불편하고 상심하고 좌절하며 긴 시간을 지나왔다. 그래서 다음 직업은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첫 단추를 꽤려 한다.


개발자의 길을 걷는 동안 그 안에서 수도 없이 많은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었다. 형편없는 개발자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 코딩은 형편없지만 시스템을 설계하고 최적화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 갔다. 수많은 날을 밤을 새우며 풀어갔다.


누군가가 풀어주기를 바랄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혼자서 풀어가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더 많은 날 새벽 해를 사무실에서 맞이하게 되었었고 덕분에 허리디스크로 오랜 시간을 고생하며 살아야 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 일들에서 재미를 찾기도 했다. 실타래 하나하나를 풀다 보니 모든 일에 자신감도 갖게 되었었다.


나는 여전히 코딩을 잘 못한다.

누군가에게 내 코드를 보여주는 것이 반갑지 않지만 수많은 코드를 남겼고 후배들이 그 코드를 운영하고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내 코드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도 발견하기도 했었다. 걷보기에 이상 없고 괜찮은 아이디어로 만들었지만 코드 자체가 촌스웠다고나 해야 할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덕분에 수많은 꼬임을 풀어가며 긴 개발자의 길을 걸어야 했지만 그 과정이 돌아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인생은 찾아오는 꼬임을 풀어가는 재미로 사는 것은 아닐까?

사진 : 네이버블로그 WHERE IS 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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