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살자고 마음먹고 살다가도 그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때가 온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구나 나 따위가 그런 마음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 잘못된 생각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해 가다 보면 그중 일을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 있고, 하나하나 손이 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살펴보고 경청해 주면서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지난 몇 개월을 지나왔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문턱에 와 있는 지금, 며칠전 아침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하지만, 그 마음들이 한순간 무너진 것은 어떤 날의 회의에서였다.
시종일관 부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도 하지만 업무 리더인 내가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을 주장하는데서 답답한 마음이 고구마를 백개쯤 먹고 있는 것 같았다. 김치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며 담당자에게 정리된 내용대로 진행해 달라고 지시를 하는 순간 상대방도 무언가 불만이 많았는지 언성이 높아졌고, 나 또한 참지 못하고 그 간 쌓아온 것들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을 해 보니 그런 순간은 언젠가 올 상황이었고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두 번 이런 상황을 격은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은 언제나 낯설고 머릿속을 하루종일 맴돌게 한다.
상대방이 내게 평소 말하지는 못하는 무언가를 안고 살았을 것이고 회의 시간 동안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불편한 잔소리로 들렸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지나고 나니 들었다. 나에게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동안 ”경청해야 한다. 공감해야 한다. “라는 글들을 써오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잘하지 못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말로, 글로만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었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상대방에게 바라는 진짜 마음은 내가 생각하고 실천하려던 방향과 달랐기 때문일 것이라는 진단을 내려 본다. 더불어 업무 리더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모두 같은 기준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개성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이 다름에도 나는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를 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회사이기에 동일한 기준과 프로세스를 적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각자가 가진 성격이나 태도가 다양하기에 맞춤 관리를 했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론 이것도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어떤 일이든 한방에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실패하고 수정하고 다시 도전을 하면서 개선을 해 나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 순간이 그 과정 중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고 방향을 조금 수정을 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본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왜 그런지를 들어주는 여유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회의 시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결론들로 정리를 해 본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고 또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성격이 아닐까?
내가 그런 것 같다. 평소에도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었지만 나 자신의 그릇이 엄청 커다랗다고 생각하며 다 담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내 그릇은 넘쳐나고 있었기에 이런 순간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나는 무던히도 나 자신을 바꾸어 보며 살아 보려 했고, 그렇게 살았지만 마음속 깊은 곳 한구석에는 예전의 내가 아직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늘 하던 말, "문제의 근원은 타인이 아닌 나다"라는 말을 잊고 살았기에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는 상대방이 경청을 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들을 했던 것이고 결국 상대방보다 내가 더 경청을 하지 않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지 않음이 결국 미움을 낳았던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 사람이 뭔 죄가 있겠는가? 그러니 지금 미운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미워도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물론 자신도 미워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