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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기사님

by 노연석

그가 풍기는 외모만으로 볼 때 60대 초반쯤 되어 보인다. 그가 운전하는 회사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하루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버스 기사님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고 겉으로 보기에 차분하고 친절함이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만 채용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타는 노선의 버스 기사님들은 그렇다.


그는 다른 기사님들보다 더 친절하다. 버스에 승차하는 승객들에게도 그의 직장 동료들과 후배들에게도 그랬다.


매일 출발하기 전에 어딘가로 전화를 하신다. 일상과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말이 숨을 쉬는 것과 같이 지연스럽게 나오고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일관성 있는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년 베테랑 운전기사이고 업계에서 친절하기로 소문이난 그였다. 언젠가 그가 사내방송에 출연도 하셨다. 차량 관리 담당자가 탑승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방송을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보다 그가 가진 친절이 한몫을 한 듯했다. 방송은 버스 안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날 나는 그 버스를 일부러 타지 않았다. 혹시 방송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의 직함은 이사님이다.

그가 통화하는 상황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직함 때문일까. 그는 버스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가 늦지 않게 그리고 배차가 잘못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썼다. 항상 처음 보는 사람은 이렇게 오버하며 인사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친절한 이사님이 버스 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기는 하지만 그의 친절이 그 자리까지 오르게 했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인간다운 면모를 볼 수도 있었다.

사람이 어떻게 신도 아닌데 흔들림 없이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도 가끔은 교통 문제로 다른 기사들의 문제로 배차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바빠지고 평소에 볼 수 없는 흥분되고 화가 난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친절하고 온순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그의 버스에서 이렇게 몇 자 끄적거리며 출근을 한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이면 그는 하차하는 승객들에게 주말 잘 보내라는 말로 월요일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한다. 나 또한 감사하다는 말로 월요일에 보자는 약속을 하며 버스를 떠난다. 월요일이 기다려지지는 않지만 월요일에 그를 만나야 한다.


오늘도 친절한 그 덕에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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