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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향을 담고 있나요?

by 노연석

변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은 각자가 가진 본질 일 것이다.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을 둘러봐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진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어쩌면 달라진 것이 없는데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그 사람을 몰라서 달라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이라는 것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향기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향기를 품고 있다가 은은하게 향을 풍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향기다.


사람은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각자의 고유의 향기가 있다. 짙고 옅음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향이 있다. 장미는 장미이지 찔레꽃이 아닌 것처럼 소나무는 소나무이지 전나무가 아닌 것처럼 사람도 사람일 뿐이다.


향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은 자라온 환경이 그것을 결정한다. 활발한 사람, 과묵한 사람, 인상이 좋은 사람, 무섭게 생긴 사람 등은 사람들의 본질의 향기다.


나는 과묵하고 쓸데없이 꼼꼼함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다. 이런 향기를 지닌 덕분이 가끔 손해를 보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것을 알아차린다 해도 다른 향기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와 같은 향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더 친밀감이 높지는 않는다. 나와 향기가 다르다고 해서 호감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향기 중에는 같은 것을 오랫동안 간직하지 못하고 쉽게 싫증 내는 향이 있다. 같은 향을 좋아하기보다 다양한 향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본질에 더해지는 향기들이 있다. 긴 세월을 살아가면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지닌 사회적 향이다. 학교, 직장 생활 등의 단체나 모임, 태어날 때 지니고 있지 않았던 것들을 본질에 더한 향들이다. 오래가는 향도 있고 그렇지 않은 향도 있는 것처럼 본질 위에 쌓아 올린 향은 날아가 버리고 다시 채워지고 시시때때로 변화를 하는 변덕쟁이이다. 그것으로 먹고살기도 하고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가변적인 향들 모두 본질의 향 위에서 향을 내뿜는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향들을 하나씩 구비하고 떨어지면 채워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그렇다면 본질의 향은 향이 아닌 향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겠다. 향은 사리지고 말지만 그릇은 깨지 않는 한 변하지 않으니까.


당신은 어떤 향을 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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