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세상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홀로 되는 것이 싫어서

by 노연석

세상에 태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현재 이 시간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그 시간을 떠나면 혼자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멀어져 갔다.

가족을 만들고 부자가 아니라도 남들 하는 것 따라 하고 흉내 내며 흘려보낸 시간들 그렇게 살다 보니 가까웠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져 가 있다. 내가 그들을 떠난 것인지? 그들이 나를 떠난 것인지? 생각해 보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들로부터 멀어졌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도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나와 같이 다 빴을 거다. ""라는 존재가 그들에게 영양가가 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 내느라 멀어지는 것도 모르고 살았으리라.


그래도 생각해 본다.

나는 그들에게 어려운 사람일까?

피부가 팽팽하고 혈기가 넘쳤던 젊은 시절, 날카롭게 찢어져 올라간 눈꼬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만큼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눈꼬리는 중력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와 젊은 시절의 매서움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가까워지기 힘든 사람임에 변함이 없다.


가끔 그런 장벽을 뛰어넘어온 사람들은 한결 같이 나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그 매서움에 대해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를 알고 나서 경계의 보호막을 거두곤 한다. 사람을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 덩치 하는 내 오래된 직장 후배는 무표정하게 있을 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만큼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해 보면 완전 다른 사람이다. 그 친구와 내가 함께 있으면 길 가던 사람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얼굴은 아니다. 그러나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실 인상 때문에 그렇겠는가?

과묵하고 조용하고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입 밖으로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외모에서 주는 위협을 배가 시켰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가끔 주변 사람들은 내가 연락하기 전까지 내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자주 연락을 하지 않기는 그들에게 뭐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연락을 할 때 많은 갈등을 하게 되고 괜히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만나야 할 때가 되면 그런 고민들을 할지언정 중단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만나기 싫었다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거절을 했을 것이다.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매우 즉흥적인 사람이 되었다.

연락을 하면 바로 일정을 잡던가. 연락한 그날 바로 만나자고 한다. 다음에 얼굴 한 번 보자. 다음에 밥 한번 먹자. 이런 기약 없는 약속은 잘하지 않는다. 다음은 만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나는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였다.

트리플 A형이라고 할 만큼 생각이 많고 망설이는 삶을 살아왔고 아직도 남아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낯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비교적 잘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서는 나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들에서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당신이 보고 있는 나는 겉으로 보이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기 위해 입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 번에 그들의 마음을 열 수는 없다. 자주 보여주고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첫인상과 그 이후의 나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털어놓고는 한다.


나는 지루함을 견뎌 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시간이 지날수록 따분하고 재미 없어지고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본다. 그리고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듯 헤맨다. 온고지신이라은 말이 괜히 생겨 난 것 같지 않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 것처럼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고인 물이 되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 소심한 성격을 뒤로 감추고 일회용 과감함을 꺼내어 든다. 혼자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에서 더 활력을 얻는다. 낯선 문을 열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가까워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삶이 조금은 재미있어진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고 하나씩 감춰둔 아픔을 꺼내어 나누고 위로해 주고 공감해 준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가 바깥세상을 만난 것과 같은 신기한 마법을 만난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시선 안에서 찾지 못했던 파랑새를 만날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전후좌우 골고루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그 사이에서 유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