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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언젠가 꺼진다.

by 노연석

성냥개비에 불이 붙기 위해서는 백린과 적린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불붙은 불꽃은 역할을 다하고 나면 꺼진다. 한번 불붙었던 성냥개비는 다시 타오를 수 없다. 하지만 성냥 한 개비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도 하고 온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굼불이 또 누군가에게는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연기와 함께 날려 버리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불 같은 사랑도 언젠가 식어 버리기 마련이다. 성냥개비가 그랬듯이 사랑도 결실을 남긴다. 뜨거운 사랑이 지나가면 다른 사랑으로 전이되어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아가페적 사랑이 만들어진다.


끌어오는 열정도 언젠가는 식어가기 마련이다. 이 역시 그 열정이 있던 순간 덕분에 더 괜찮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고 삶을 살아가는 발판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런 사랑, 열정을 가졌던 시간이 지나고 피 끓는 청춘, 그 청춘을 지나 나의 피가 점점 식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다시 불꽃을 피우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젊은 시절 보다 더 열정을 가지고 열을 올려 보려 하지만 그때만큼 빠르게 달아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때는 없었던 끈기와 노력과 피우려는 열정의 목적을 더 명확히 알기에, 천천히 피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는다. 활활 타오르게 만들면 더 빨리 꺼진다는 것을 알기에 화로에 담을 숯불을 만들듯 오래갈 수 있는 불을 피우고 숯을 만든다.


불 같은 성격, 열정, 사랑이 있었기에 숯을 만드는 일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간다. 불은 언젠가 꺼져 사라지고 말지만 그 불을 좀 더 오래 살아있게 하고 유지할 수 있다. 그럴 필요가 있는 인생의 무언가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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