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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까?

신천동

by 노연석

"오늘 비가 올까? 우산 들고 다니기 무거운데."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떨던 아내가 스마트 폰을 열어 날씨를 검색한다.

"신천동? 시흥시 신천동이야?"

"아니 서울이라고"

그렇게 열심히 찾지 않아도 되는데... 비가 언제 올지 몰라 가방의 무게를 더하던 우산을 꺼내 놨다가 다시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아내가 톡 메시지로 서대문구 신촌동 날씨를 캡처해서 보내왔다.

"신천동"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아내는 그래도 가까운 지역의 날씨를 찾아서 보낸 것 같다.

날씨 앱에 왜 송파구 신천동이 조회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신촌동에는 아침에 비가 올 것 같다. 그곳에 내가 갈 일은 없지만...

요 며칠 날씨 앱에서는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가방 안에 우산은 제 역할을 할 시간이 부여되지 않았고 답답한 가방 안에서 때를 기다린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탄생의 목적이 있고 목적 달성을 위한 역할을 해 낸다. 사람도 각자가 선택한 길 위를 걸으며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30년 넘게 걸어온 길. 이제 그 끝이 흐릿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비가 오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앞으로 나아간다. 뒤돌아 갈 수 없는 지난 30년의 세월은 앞으로 발을 내딛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원망이 되기도 한다. 비가 오면 꺼내어져 펼쳐지는 우산과 같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아침 발걸음을 뗀다. 오늘 하루 내 앞에 펼쳐질 모든 것들을 만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간다.

세상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지금 암울한 시간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하다. 그 시간들이 있어 반드시 밝은 시간이 오게 된다. 하늘에 구름이 개고 다시 뒤덮는 것이 반복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다.


출근길 비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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