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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SIGNER Oct 12. 2020

입으로만 디자인하지 말기

"이봐 해봤어?"


뭐가 이렇게 많지?


UX, CX, BX, OKR, 스프린트, 디자인씽킹, 그로스 해킹,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분야만큼 새로운 개념과 , 방법론이 속출하는 분야도 드물듯 싶다. 첫 직장에서 사용했던 UI designer라는 타이틀은 이제는 사용을 거의 안 하는 것 같고, UX와 UI의 차이점은 이제야 좀 알듯하니 CX라는 게 등장하지를 않나, 디자인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개발자와 어떻게 협업을 잘해야 하는지, 제품 개선을 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만들어지는 관련 콘텐츠와 방법론에 정신이 없다.


풀 스택까지 나왔다. 그냥 끝판왕이다. (출처:핀터레스트)




방법론에 꽂힌 디자이너, 조직



지금껏 거쳐왔던 회사에서도 정신없는 상황은 계속 있어왔다. 보통은 회사 내부 교육이나 세미나 참석을 통해 맛보기 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1. 높으신 분이 어느 날 책을 한 권 들고 온다. (주로 조직 내 방법론, 업무 프로세스와 관련된 내용이다.) 

2. 책 내용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미팅, 세션이 마련된다. 이때까지도 팀원들은 별생각이 없다. 

3.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조직에 적용한다고 공표를 한다. 그리고 인사평가에 반영이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때부터 팀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4. 공표한 규칙에 맞게 적용을 해보지만 책에서 설명한 사례들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아직도 팀원들은 이걸 왜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이후에는 다시 한번 제대로 적용을 하기 위한 추가적인 세션, 미팅이 이어지곤 한다.


자네, 진짜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디자이너 개인의 경우 방법론과 이론 중심으로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무에 사용해본 적이 없는 경우를 보곤 한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업무가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는 하지만 결국 입으로만 디자인을 하는 셈이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이 없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문화, 업무 방법은 정말 군침도는 이야기긴 하다. 하지만 관련 콘텐츠만 넘쳐나는 상황과 반대로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저렇게 좋다고 하니 나에게, 또는 우리 조직에 적용해도 지금보다는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가장 중요한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이런 공감의 부재는 적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폭넓은 인정을 받고 대세라고 치켜세워지는 방법론이라고 해도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귀찮지만 알아야 하는 추가적인 지식이 되곤 한다.



이 정도의 공감이 필요하다.




입으로만 디자인하고 있지 않은가?



이직을 하고 첫 업무는 스프린트 방식으로 주제에 대한 솔루션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였다. 나 또한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고픈 마음에 방법론, 이론과 사례에도 관심이 많고 이를 따로 스크랩해두고 있었지만 스프린트를 정말 제대로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다시 자료를 신나게 뒤적거렸었다. 결과적으로 책에서와 같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스크랩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full로 1주일을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점, moderator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여전히 또 적용해볼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다.


끝이 창대하진 않았지만 의미 있었다.



아주 작아도 좋다. 보고 들은 것을 소소하게라도 적용해보고자 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유명한 방법론, 이론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적용 없이는 '입 디자이너'가 되기 아주 쉬운 요즘이다.


뉘앙스는 조금 다르지만 매일 생각나는 말이다 (출처:러닝스톰)


그래서 난 오늘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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