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남자애들이 그렇듯 어릴 적부터 분해하는 것을 좋아했다. 장난감, 간단한 가전제품 등 나사가 보이는 모든 것이 분해 대상이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지키지 못해 부모님께 혼난 적도 많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제품을 분해하는 것은 묘한 즐거움을 준다.
깔끔하다
분해를 하는데 필수적인 게 드라이버 이지만 쓸때마다 집안 곳곳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사이즈의 드라이버들은 보통 정리가 안되어 있다.
때때로 제품의 나사 사이즈와 맞지 않아 아예 작업을 못하거나 무리한 힘으로 나사를 뭉게 버리고 깊은 절망에 빠지곤 했다. 그 와중에 샤오미에서 나온 드라이버 세트를 늘 그랬듯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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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고퀄
쓸데없이 고퀄리티라는 말이 있다. 이 제품이 딱 쓸고퀄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은 외부 케이스와 내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부 케이스는 무려 알루미늄 재질이다. 거기에 단순이 꼈다 뺐다의 구조가 아닌 내부 케이스 윗부분을 누르면 결합이 되고, 다시 한번 누르면 결합이 풀리는 굳이 없어도 괜찮을 거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딱 쓸고퀄이다.
굳이 이렇게 여는 구조다. 뭐 좋다.
하지만 드라이버 자체는 고퀄인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각 유닛의 마감과, 드라이버 본체의 마감은 과연 2만 원도 안 되는 판매 가격에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품질을 보여준다. 각 유닛과 드라이버는 자석 방식으로 되어있어 유닛의 결합과 분리가 용이한 구조로 되어있다. 이 자석 방식은 제품의 나사를 집거나, 조일 때 굉장히 유용하다.
역시 독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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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너무 많아도 문제다
유닛의 종류는 한마디로 차고 넘친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유닛도 상당수 있을 정도로 시중에 나와있는 타입은 대부분 지원한다. 각 유닛에는 유닛 이름과 독일 공구 브랜드 wiha가 각인되어있다. 이름표는 하나씩 잘 달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제품의 유일한 문제점은 바로 이 이름표다.
죽을 때까지 못쓰게 될 녀석들도 많다.
예를들어 남자화장실이라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할 때 남자 형태의 픽토그램을 사용하거나 밑에 ‘남자화장실’이라고 적어놓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이 경우 사용하는 픽토그램은 매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여야 한다.
우리가 흔히 드라이버 유닛을 구분하는 정보는 PH, Y, SL과 같은 표준화된 이름(‘남자화장실’)이 아닌 십자, 일자, 그리고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별표형처럼 형태 기반(남자 픽토그램)인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이 드라이버 세트의 내부에는 각 유닛이 놓이는 위치를 형태 기반으로 라벨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모양이 어떤 이름인지 당최 알 방법이 없다.
보관을 해야 하는 곳에는 드라이버의 형태를 그려놓았지만 정밀한 드라이버가 많기에 정작 유닛을 살펴보고 그 모양을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드라이버 유닛 이름으로 구분을 해야 하는데 보관하는 쪽에는 달랑 형태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점점 순서가 엉망이 되어간다.
결과적으로 쓰다 보면 원래의 위치가 아닌 그냥 내 마음대로 편한 대로 유닛을 보관하게 되고 재사용 시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되곤 한다. 깔끔한 정리를 위해 사용하는 제품 치고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그냥 형태와 유닛 이름 모두 새겨놓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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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사놓자.
이 제품을 산 이후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하다못해 아이들 장난감 배터리를 교체할 때도 뭔가 있어 보이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괜찮은 재질의 제품을 들고 우아하게 딸깍하며 보관함을 꺼낸 다음 드라이버 본체를 빼고 필요한 드라이버 유닛을 '찰칵'하고 결합하는 순간이 꽤나 즐겁다.
결합될 때의 느낌이 참 좋다
가족 구성원이 어떻든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집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제품들이 있다. 이 제품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물론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드라이버들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겠지만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의 제품까지 커버 가능한 만큼 이런 제품 하나쯤은 꼭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그런 제품이 2만 원도 안 한다면 뭐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웬만하면 사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