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드리미 무선청소기 v10
얘는 왜 이렇게 비싸?
기술이 발전하고 경쟁업체가 늘어나면 보통 제품 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가격이 오르는 제품 군이 있다. 스마트폰이야 폴더블, 롤러블처럼 기존에 없었던 폼팩터를 새롭게 만들기에 그렇다 쳐도 100만 원에 육박하는 무선 청소기는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성능의 발전이 있었지만 기존에 없었던 구조도 아니고 청소 행위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도 보기 힘들다. (차라리 로봇 청소기가 가격 상승에는 더 어울린다.) 그리고 이런 청소기 고가 행진의 중심에는 영국 다이슨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하도 다이슨 다이슨 해서 나름 기대감이 컸지만 실제로 부모님 댁에서 사용했을 때의 소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7-80만 원대의 제품에서 이런 QC가 나올 수 있다니.. 사출 형태가 엉성한 건 물론 (사실 국내 제품에서 이 정도 사출 형태로 나오면 교환각이다..) 각 청소 부품의 결합 상태 또한 견고하지 못했다. 무게중심, 청소 헤드의 움직임도 기대 이하였다.
그렇게 다이슨 형태의 청소기에 대한 관심 없는 생활이 지속되던 중 중국의 다이슨이라 불리는 청소기를 구매하게 되었다. (기존 청소기가 고장 난 건 아니었다. 그저 헛헛한 마음에..)
뭐지 이거..
15만 4천 원. 구입한 샤오미 드리미 v10 청소기 가격이다. 많이 저렴해진 다이슨 v8과 비교하면 1/3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송 온 제품을 하나하나 뜯으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제품 마감은 다이슨 보다 좋다는 것이었다. 낮은 가격에도 청소하기에 충분한 구성품을 갖추고 있고 벽걸이형 거치대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박스 패키지도 수준급이었다.)
거의 모든 파트가 화이트로 되어있어 오염에 취약하지 않을까 했지만 뭔가 묻었을 때 바로 지워만 준다면 꽤나 잘 관리할 수 있을듯하다. 일반적으로 청소기에 잘 사용하지 않는 화이트 계열인 게 중국 제품이라기 보단 일본 플러스 마이너스제로의 청소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시국에 또 일본 브랜드를..)
각 청소 부품을 결합할 때의 느낌도 다이슨보다 위였다. 메인 헤드와 이불 청소용 헤드는 구조적으로 다이슨것 보다 간단해 보였지만 각 파트가 단단히 결합되는 느낌이다. (당연해야 하는 것을 좋다고 서술하니 좀 이상하긴 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메인 헤드를 결합했을 때의 움직임이었다. 상당히 부드럽게 조정이 가능했고 상중심 설계(주요 부품이 다 위에 배치) 임에도 방향 변경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배터리 상태 인디케이터, 상단의 헤파필터, 직관적인 모드 변경 스위치 등 있을 건 다 있되 매우 심플하게 구성되어있다. 처음 포장을 뜯을 때 했던 '그래 싸니까 이런 건 감수해야지'라는 생각을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충분한 성능
청소기의 흡입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있고 매번 조금씩 상승한 제품들이 신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이 샤오미 드리미도 마찬가지다 v9-v10-v11까지 나와있고 (어쩜 모델명까지 아주 작정했다) v11의 경우 가성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가격이 오른 상태다.
흡입력은 좋아질 수 있겠으나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먼지나 부스러기의 무게는 늘어나지 않는다. 간혹 홈쇼핑을 보면 쌀, 콩, 심지어 돌까지 뿌려놓고 흡입력을 자랑하지만 살면서 쌀이나 콩을 청소기로 청소해본 적은 없다. (그러다간 등짝 스매싱을..)
흡입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1단계보다는 2단계를 선호하는데 2단계로 해도 사용시간이 꽤 긴 편이라 아직까지 배터리가 한 칸이 남을 때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다.
다만 상중심 설계의 청소기라 거치대가 필수인데 포함된 벽걸이형은 벽에 고정시키는데 꽤나 번거롭다. (특히 전셋집은 고민이...) 다행히 시중에는 이미 짝퉁 다이슨의 규모만큼의 스탠드가 나와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가성비와 기본비
흔히 괜찮은 제품이라는 뜻으로 가성비라는 말을 쓰며 이때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과 성능이다. 청소기의 성능은 흡입력일 테니 이 제품도 가격 대비 흡입력 관점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맞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기본비(가격 대비 제품 품질, 구성, 성능의 기본을 얼마나 충족시키는가?)인 듯싶다. 아무래도 다이슨과 비교를 하다 보니 가격 대비 제품의 구성, 품질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저가 제품의 가성비보다는 고가 제품의 미비함이 더 인상적(충격적?)인듯하다.
50만 원대의 제품의 기본을 보여준 10만 원대의 샤오미 드리미 v10 청소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