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q9 one
철수 시점에 구입하기
바형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게 출시된 요즘, LG는 롤러블 형태의 스마트폰 티저를 공개하고 얼마 뒤 스마트폰 사업부를 정리한다는 소식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스마트폰 쪽에서 이상한 시도들을 많이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건 분명 아쉬운 뉴스였다.
마침 음악 감상용으로 LG 스마트폰을 하나 구매하고자 했던 시점이라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q9 one 모델을 싸게 구매하였다. (DAP용으로는 예전 LG 스마트폰이 참 괜찮다.)
이 모델을 구매한 이유는 첫 번째는 음악 감상용이었고 두 번째는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자체 생산하는 pixel 시리즈를 제외하고 현재 가장 순정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모델이기에 LG 소프트웨어가 빠진 LG 스마트폰을 써보고 싶었다.
하드웨어만 만든 게 훨씬 낫네
예전 v30에서도 언급했지만 LG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는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간혹 이상한 기능을 넣어서 외면받기는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이쁘지도, 편리하지도 않은, 무엇보다 꽤나 괜찮은 하드웨어와 어울리지 못하는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가장 최신 제품인 LG wing에서도 그리 개선된 거 같지 않았다. (사실 티저로만 노출된 롤러블도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화면이 돌아가는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는 꽤나 놓았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기본 화면이며, 앱의 활용성이 너무 아쉬웠다.
LG 것이 아닌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실려있는 q9 one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스냅드래곤 835로 같은 AP를 사용하는 예전 v30 비해 훨씬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를 자사에 맞게 커스텀하는 타 브랜드처럼 LG가 제공하는 기능을 일부 사용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사용경험은 월등히 q9 one이 좋았다. 한마디로 쾌적했다.
그리고 이 쾌적한 사용성은 자연스럽게 이 제품을 구입한 목적과 아주 잘 어울렸다. 타이달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중간중간의 웹서핑, 유튜브도 아주 매끄러웠다. 간단히 말해 v30에서 느꼈던 버벅거림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의외의 기능들
구입 목적이었던 음악 감상에는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순정임에도 쿼드 DAC메뉴를 별도로 지원해서 v30에서와 같은 설정이 가능하며 3.5mm 이어폰 잭도 아래에 배치되어있어 이어폰 사용 시 덜 걸리적거린다.
그보다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기능이 있는데 바로 붐박스 기능이다. 책상과 같은 매질을 통해 큰소리를 내지만 좋은 소리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 기능으로 인해 일반 소리를 들을 때도 제품 뒷면의 울림이 상당히 거슬리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접했었는데 실제로 사용을 해보니 꽤나 요긴한 기능이었다.
나 같은 경우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음질보다는 큰 음량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설거지 물소리보다 스마트폰 음악이 더 큰 경험은 꽤나 괜찮았다.)
왜 철수하는가에 대한 원인 중 하나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 원인 대한 여러 가지 분석, 뉴스가 나오고 있다. 혼란스러운 브랜딩, 기믹적인 기능, QC문제 등 여러 원인들을 언급했지만 q9 one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원인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의 차이였다. 기본 사용성을 위한 최적화 부족과 자체적인 UI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LG가 손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된다면 LG는 스마트폰을 참 잘 만드는 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LG의 조직 개편 방향과 더불어 더 이상 쿼드 DAC을 탑재하지 않을 것 같기에 앞으로 LG 스마트폰을 구매할 일은 없겠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q9 one이었다.
역시 기본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