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접어두시는 게..
태블릿에 생산성??
흔히 태블릿을 콘텐츠 소비용 제품이라고 말한다.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가끔 전자책도 보고 웹서핑도 하고, 한마디로 심심할 때 가지고 놀기 좋은 제품이란 의미다. 그런 태블릿이 키보드나 펜을 탑재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제품들에게는 '생산성'이라는 수식어가 필수로 붙고 있다. 그리고 이 수식어는 나에게 기존 노트북이나 pc대비 '가벼운 생산성'이라는 의미로 다가왔었다.
가볍게 어디에서나 업무를 할 수 있다니!!
그래서 참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다른 제품을 다룰 때도 언급했었지만 이 '가벼운 생산성'을 목표로 다양한 제품을 사고, 팔았었다. 키보드가 달린 아이패드 커버,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 키보드 일체형, 키보드 탈 부착형 등 가능한 형태들은 한 번씩 다 써본 셈이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가벼운 생산성'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그리고 돈은 빠져나갔다.)
키보드 사용성이 너무 안 좋거나, 너무 무겁거나, 너무 낮은 성능처럼 각 형태마다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태블릿의 생산성을 간단한 문서작업 정도로 생각했지만 내가 하는 일의 생산성은 문서작업보다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에 있었다. (태블릿 중에도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지만 화면 사이즈와 같은 물리적인 한계는 명확하다.)
마케팅 목적의 '생산성'
키보드, 터치패드, 펜까지 지원을 하지만 태블릿과 이런 입력장치의 조합으로 기존 노트북, pc의 생산성을 100% 대체할 수 있는 직군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워드, 엑셀 작업이 주가 되는 직군이라도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 사이즈와 불편한 키보드, 마우스 사용성은 100% 대체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지금의 '생산성'이란 단어는 제품의 마케팅을 위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모르고 그토록 여러 번 시도를 해온 셈이다.
가벼운 생산성??
기술이 더 발전한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 '가벼운 생산성'은 '심플하지만 화려하게'와 같이 모순된 의미 같다. 생산성이 높은 제품이라기보다 단지 입력장치가 달려 있는 태블릿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처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듯하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지금은 아이패드에 애플 매직 키보드로 굳혀진 상태다. 그림도 그려보고 필기도 해보았지만 그나마 가끔 다른 장소에서 글을 쓰는 게 그나마 생산성이라고 할만한 경험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하는 업무보다 제대로 된 공간에서 하는 업무가 더 생산성이 좋을 수밖에 없는듯하다.
역시 옛말은 틀린 법이 없다.
밥은 밥상에서, 공부는 책상에서, 일은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