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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써니 Jul 05. 2023

퇴직 이후 잘 살고 있습니다


지난주 일본 도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제 까지 혼자서 주로 많이 다녔던 것 같습니다. 퇴직 이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족과 같이 다녀왔습니다. 국내 여행은 가족들과 자주 다녔지만 이렇게 해외여행을 신혼여행 이후 남편과 처음이니 아들 포함하여 다녀온 첫 해외여행이 되었답니다.  퇴직 한 시점이 작년 2022년이고 아직 여행이 편하게 풀린 시점이 아니기에 해외여행에 대한 생각은 못하다가 6월 초에 아들이 제안한 여행을 2주 만에 후다닥 준비하였으며 만기 된 여권도 재 발행받고 티켓예약하고 하루 전날 창고에 보관된 캐리어 꺼내어 짐 싸고 이렇게 후다닥 계획 없이 다녀온 여행은 처음이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입니다.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운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매했고 오전 비행기라 집에서 새벽에 출발 택시로 김포공항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걱정했던 출국심사 줄은 아직 준비 중이라 한산했으며 조금 기다렸다가 바로 심사 마치고 김포 공항 면세점은 딱히 쇼핑하기에는 두세 개 정도 오픈하여 운영 중이라 모두 패스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었을 때도 쇼핑을 마구마구 하던 스타일도 아닌지라 요즈음 백수임을 인지하고 있어서 쇼핑에 대하여 조금 더 긴축재정으로 마음을 쪼아매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사이타마(Saitama)에 사는 지인이 있습니다. 지인의 집에서 묵을 예정이라 호텔을 예약해서 여행할 때와 조금은 다른 느낌입니다. 저 혼자 다녀온 적 있지만 가족 두 명이 추가되어 같이 가는 마음은 살짝 부담감도 있고 염려도 있었지만 서로서로 보고 싶어 하고 한번 이야기된 것을 자꾸 언급하는 것도 부담감으로 바뀔 수 있어서 고마움과 미안함은 참기로 했습니다. 첫 직장에서 만난 한 살 어린 직장 후배인데 지금까지 인연이 연결되어 각자 가족을 꾸려 이십 년이 넘게 따로 살다가 이렇게 같이 만나는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지 않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해서 첫 직장 동료이자 후배를 세월이 이만큼 흘러서 가족을 같이 만나는 것은 정말 "질긴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사를 후배가 차 안에서 하는데 정말 무릎을 딱 쳤습니다. "맞아! 우리는 정말 질긴 인연이다 " 정답입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서 만나서 추억을 얘기할 때 이십 년이 넘은 그때의 우리의 직장 생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그 공통된 이야기로 잠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시간에서 삶의 어려움도 있었고 넘어야 할 고비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에 공감도 했고 같이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에 또다시 감회가 생겼습니다.  우리를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성장을 보았으며 과거에 없던 모습인데 지금은 우리를 보듬어 줄 만큼 커서 그들만의 대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은 어른이 된 우리 모두에게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이십 대가 된 자식이야기로 여행기간 내내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우리 정말 잘 살아왔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해외여해의 장점은 집에서는 서로 아웅다웅하던 부부도 해외에서는 서로에게 조금 더 배려하게 되고 세심하게 돌보아 주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무뚝뚝한 남편이 사소한 것에 신경 써 주는 거 보고 이번 여행비용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여행자금으로 모아서 1년에 한 번 정도 같이 다녀와야겠다는 생각까지 한 것 보면 이번 여행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남편 또한 신혼여행 이후 처음 해외여행은 같이 다녀온 거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합니다. 물론 긍정적인 면에서요. 


사실 이런 여행은 계획을 꼼꼼하게 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서 신속하게 결정해서 다녀오는 방법도 아주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가장 조건을 맞추지 못한 사람이 나의 직장 생활 덕분(!)이었는데 퇴사하고 나니 이런 점이 너무 좋습니다. 결정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었던 내가 해결되니 이런 여행도 가능해지고 말입니다. 퇴직 이후 가장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퇴직 전에 가지고 있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100%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때 마음과 비교하면 3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직장을 다니던 안 다니던 상관없이 본인의 노후에 대한 부담감으로 누구나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누구나는 아니고 없는 분들도 있을 테니 대부분은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 같아요. 


그래서 "퇴직에 대한 후회가 있나요?" 이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No!"입니다. 나는 여전히 나의 제2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지만 이러한 시간을 거쳐야 나의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으며 꾸준히 생각하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조금의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이 과정도 나의 준비 커리큘럼에 들어 있던 시간들입니다. 

퇴직한 지 9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마트스토어 ( 물론 개설만 한 상태 ) 개설, 온라인 창업교육, SNS 콘텐츠 운영자격증 등 많은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애벌레의 껍질을 언젠가는 벗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퇴직하는 것은 실패나 좌절의 길로 들어서는 게 아닙니다. 지금 생각하면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여행 한번 다녀와서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 의미를 제가 찾아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요즈음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기존의 지인들은 나를 새롭게 보고 있지만 내가 변하고 있나 봅니다. 성향도 바뀌고 생활의 흐름이 바뀌니 내가 달라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죠. 다르게 살아보고 새길을 찾아가는 여행자가 되려고 합니다. 나의 과거도, 나의 오늘도 그리고 나의 내일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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