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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써니 Jul 05. 2023

오십 대가 되어 아무런 준비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여자

브런치 첫 글 제목을 나의 퇴직이야기로 남깁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현관문을 나설 때 잠시 10초 정도 항상 깊은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매일 아침 전철로 출퇴근하는 것도 점점 힘이 들었으며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20년이 넘어서는데 아직도 이렇게 적응이 안 될 수가 있을까? 20년이 넘었으니 적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이상하네요. 

그냥 출근하기 싫었던걸 버틴 거죠... 그게 최고점이 될 때 바쁜 시간에 회사 책상에 앉아서 나의 존재감이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으며 , 내가 이 자리에 왜 앉아 있는 것일까? 더 이상 나의 대한 새로움도 변화도 없이 그냥 로봇처럼 "하던 대로" 나의 손과 말과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다른 날과 같이 출근했으며 회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그때가 작년 9월1일이며 업무 마감을 9월 30일까지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중소기업을 오랫동안 다녔고 사표 이후 대표님이 하신 말 중 "용감하다"라는 표현을 하시더군요. 맞아요.. 용감한 거겠죠. 오십이 넘어서 사표를 냈고 그다음의 목표나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냥 지금 이대로의 생활은 아니다는 단오한 마음이 들었을 때 사표를 내고 나왔으니 주변에서 용감하다고 생각하더군요. 


또 다른이들은 내가 집안에서 더 이상 지출을 크게 해야 하는 부분이 없거나 (보통 자녀가 대학교 다니는 경우 두세 명이 되면 절대 사표를 못 냈을 거라고 하더군요) , 저는 다행히 자녀가 한 명입니다. 또는 남편의 연봉이 높아서 내가 사표를 내더라도 더 이상 경제적 부담이 없는 가정이려니 자체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제가 오랫동안 다닌 직장에서 더 이상의 발전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으며 직장 생활에서 이 부분은 나에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이 사라지니 더 이상 그 공간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더라고요. 사실, 퇴직 이후에 대한 준비가 없었으니 조금은 무모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했어요. 평균 수명이 짧아도 80, 조금 더 길면 이제는 90이 넘으니 나의 나이는 아직 청춘살짝 넘어선 나이니까 다들 무모하다는 표현을 많이 들었던것 같아요. 


 사표를 내기 전 2개월 정도는 과연 내가 퇴직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잘 모르겠더라고요. "퇴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도 읽고 인터넷 상에서 퇴직 이후의 계획 또는 준비는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았지만 그냥 나에게 확~ 와닿은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면 직장 다니면서 또 다른 잡(Job)을 생각하는 N잡러 관련 정도 또는 온라인마케팅 등 수많은 정보를 접하였지만 한 가지를 정하여 미리 '무엇을'나의 퇴직 이후 백업으로 준비할 수 있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사표는 일단 제출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그 이후 심정이 어떠했냐고요? " 

살 것 같았습니다. " 오랫동안 조직에 나의 시간이 묶어 놓고 지낸 시간이 보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희열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사표 낸 이후 9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조금씩 변화가 있습니다. 그동안  또 다른 수익구조를 만든 것은 아니나, 조금씩 조금씩 이제까지 나의 이력과는 관계가 먼것들도 쌓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마케팅 공부를 8주간 이수하고  이후 SNS 콘텐츠운영전문가 자격증을 가지게 되었으며 ( 이런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 , 서울여성창업공모전에 나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으며 (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큰 기대보다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제출하였습니다 ) , 3개월 전부터 시작한 블로그는 이웃이 320명 , 인스타 팔로워가 185명 , 유튜브는 교육 이후 5개 영상 업로드 ( 저는 영상에 대한 적응력이 조금 더 필요한 사람인 걸 알았습니다) ,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스피치 관련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조금 더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앞에서, 정확히는 대중앞에서 떨림이 덜어낸 의사 전달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부러웠습니다. 


저의 생활 리듬이 작년과 비교하면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나의 또 다른 이력이 쌓이고 있으며 이 새로운 이력이 나의 퇴직 이후에 작지만 "씨앗"이 되어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나의 인생이 어디로 향할지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노년의 오랜 시간이 무의미 해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만간 한국의 올레길과 스페인의 올레길을 완주했다는 또 다른 자랑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마치 큰 위험이라도 도사리고 있을 줄 알았던 나의 시간이 나름 잘 꾸려가고 있으며 다른 모양이지만 '위험하지"않게 살아 갈고 있습니다. 사표 내기 전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두렵지 않습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과 독서도 좋아하고, 쇼핑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소비적인 사람입니다)  아마 이런 것을 퇴직 이후 못할까 걱정한 듯해요.  하지만, 조금씩 나의 상황에 맞추어 조절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했지만 이 정도면 잘 살고 있지 않나요! 앞으로도 잘 살 것 같은 긍정에너지가 남아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한걸음 내디뎌 보려고 합니다. 혹시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그리고 준비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분이 계시다면 , 무작정 사표부터 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물러날 수 없는 마음이 될 때는 사표를 내고 잠시 자신을 깊게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듯해요. 저는 아주 깊게 깊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를 더 잘 알게 되면 그때 나의 이후의 시간을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화이팅하려고 해요.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써 봅니다. 이것도 새로운 도전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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