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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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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Jan 13. 2022

층간소음 피해자로 5년을 살았다.

내 안에 괴물이 태어났다.

 나는 솔직히 좀 예민한 편이다. 소리에도 진동에도 변화에도. 그럼에도 윗집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것도 5년 동안. 이사 오고 첫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엄청난 진동소리가 온 천장을 울렸다. 윗집 남자가 몇 시에 퇴근하는지를 왜 공유해야 하는지. 윗집 남자는 왜 아이와 함께 소리를 지르며 함께 뛰어다니는지.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아서 인터폰을 걸었다. 그때 나는 참 순진했던 것 같다. 수화기 넘어서 들리는 소리는 고작 자기 집에서 이렇게 다들 사는데 참 예민하신 분이시네라며 앞으로는 관리실을 통해서 이야기해 달라는 거친 대답뿐. 이렇게 이사 온 첫날, 전쟁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오래된 아파트들은 다 이렇게 시끄러울 거라며 그래도 저녁 10시 전엔 잠이 드니 참으라고 했다. 쿵쾅되면서도 자신의 소음은 정당하다는 윗집 남자를 뭐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심히 다시 이어폰을 끼는 남편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나만 예민한 걸까. 예민한 나만 잘못된 걸까. 나만 참으면 다 되는 걸까. 혼자서  몇 달을 끙끙 앓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을 찾았다.

 그곳에는 막연한 저주부터 잔인한 복수 방법, 법적으로 어떤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10시를 넘어 새벽까지 괴롭힘 당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게시판에는 그들의 광기 어린 분노가 가득 찼다. 처음 몇 년은 관리실에 이야기를 해보곤 했다. 고작 관리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날 저녁 공동생활에 대한 기본수칙을 방송으로 읊어주는 것뿐이었고, 윗집은 보란 듯이 그 방송을 뒤로한 채 아이와 함께 뛰며 소리를 질러댔다. 정중하게 문자를 보내어도 하루 혹은 이틀만 갈 뿐, 주말이 되면 역시나 하루 종일 뛰어다니곤 했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우리 아파트가 TV에서 나오는 그런 층간 소음이 나는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아주 좋은 공간이라 믿는 것일까? 아니면 기본적인 공동생활에서 저출산 시대에 아이랑 놀아주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아랫집 사람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렇게 5년이 지나면서 나는 다른 층간 소음 피해자들과 같이 그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층간 소음은 사람을 좀 먹는다.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힘든 것은 피해자인 나를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고 간다. 나와 공감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더 지치게 했고, 층간소음 가해자들에게 더 유리한 법들은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그 5년간의 긴 기록을 글로 한 번 써보려고 한다. 현재도 진행 중인 기나긴 싸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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