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시공은 진동을 가중시킨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전집에서도 같은 문제는 있었다. 처음 위층에 인사드렸을 때, 나이가 지긋하신 노부부 두 분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둘 뿐이라 우리 집은 참 조용해. 아마 살기 참 좋을 거야."
그때 이상함을 감지했었어야 했다. 주말마다 손주를 매트 하나 없는 바닥에 8시간씩 뛰어놀게 하시고 인터폰을 할 때마다 우리 집에는 애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며 끊곤 하셨다. 몇 시간을 참다 참다 올라가면 그제야 머쓱하게 노부부의 아들 내외가 나오며 곧 갈 거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노부부는 처음부터 저럴 요량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주말마다 괴롭게 살다 이사한 집이 지금의 집이다. 부푼 꿈을 안고서 내 집을 마련했다. 내 집이기에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모아 예쁘게 인테리어도 완성했다. 그렇게 내 안식처에 들어선 첫날 저녁, 윗집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우리와 당당하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주 오랫동안 참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대한민국 어디에 이사를 가도 다들 이럴 거 같다는 생각. 내가 로또가 되지 않는 이상 내 천장은 항상 누군가의 바닥일 것이고,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아랫집은 개의치 않는 인간들로 가득 찬 사회에 살고 있다는 실망감. 혹여나 내가 너무 예민한 게 아닐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서 나의 마음을 파먹곤 했다.
가끔 이런 고민을 온라인에 풀어놓을 때마다 '기둥식' 건물로 이사 가면 좋을 것이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건물은 라멘조 구조였고 이 라멘조 구조가 바로 기둥식이다. 기둥식 건물이 당연히 소음과 진동에는 강하지만, 윗집이 뛰거나 절구를 빻으면 그 진동은 고스란히 아랫집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천고가 높은 상가에서도 위층의 진동이나 옆 가게의 소음은 고스란히 전달되듯이 말이다.
'발망치'라고 부르는 행위는 발의 뒤축의 뼈로 바닥을 쿵쿵 찧으며 걷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집안으로 퍼지는 소음보다는 벽을 타고 전파되는 저주파의 진동이 문제가 된다. 윗집 남자는 발걸음이 꽤 빨라서 뛰는 것과 걷는 것 그 사이 즈음의 속도로 온 집을 헤집고 다니는데, 이때마다 저주파의 진동이 온 집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 소음은 단순히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꽤 높여놓은 TV 볼륨 사이사이를 뚫고 내 머리를 울리곤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목수분들과 많은 상담을 나눴다. 진동을 차단해주는 방진재나 소리를 흡수해주는 흡음재를 천장과 벽에 시공하면 내 고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것은 내가 내는 진동과 소리를 차단해줄 뿐, 근원적으로 생성된 소음 특히 진동은 생성되는 쪽에서 차단을 시켜야 한다는 답변을 주셨다. 즉, 윗집이 매트를 깔면 해결될 일이다. 내가 매트를 깔라고 돈을 줄까라는 생각까지 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참을 소리 내서 울고 나니 분노가 또다시 치밀어 올랐다. 누군가의 행복 아니 모든 시간을 빼앗아 간 사람들은 지금도 신나게 소리 지르며 온 집을 뛰고 있다. 아무에게 피해도 주지 않은 나만 울고 있다. 이게 과연 공평한 것일까.
최근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마루나 대리석을 바닥에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재들은 진동과 소음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아랫집으로 흘려보낸다. 그렇기에 아이가 있거나 예정이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장판으로 시공했으면 한다. 시중에 가면 타일 느낌을 내는 장판도 있고, 소리를 흡음하도록 설계된 장판도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꼭 장판 시공을 권한다.
덧붙이자면, 마루 바닥 위에 매트를 깔았다고 아이들을 신나게 풀어놓으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매트는 진동을 줄여주는 역할이지 절대 없애줄 수 없다. 게다가 주방 바닥이 썩지 말라고 깔 법한 아주 얇은 매트는 방진과 방음의 기능이 없다는 것도 꼭 알아야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저렇게 좀 먹이고 싶지 않다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 바닥에 매트 시공을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성인이라면 발 망치를 찍지 않고자 노력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자기 집 바닥이 장판이 아닌 마루나 대리석이라면 제발 조심해줬으면 좋겠다. 윗집도 마루 바닥을 시공하고 그 위에 얇디얇은 매트라고 말하기도 이상한 매트를 깔고 산다. 나는 그들이 그저 지식이 부족해서 그렇게 산다고 믿고 싶다. 사람이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미움받지 않고 싶어 할 것이라는 희망을 나는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