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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Dec 18. 2020

10월 고창, 단풍이 아름다운 선운사

장어 먹고. 복분자주 마시고. 단풍 놀이 하고.


먹기: 풍천장어구이 (제철  9~10월)

마시기: 복분자주

놀기: 선운사에서 단풍 놀이





1. 장어구이에 복분자주 

 술 좀 마셔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고창 장어 한 점에 고창 복분자 한 잔은 마셔봤다 해야 어디가서 명함을 좀 내민다고 주워 들었다. 먼저 여기 장어부터 소개를 올리자면, 풍천(風川) 장어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조수 간만에 차가 꽤 큰 이 곳 고창에서는 사람들이 밀물때 물을 타고 들어오는 장어들이 바람을 일으켜 강으로 돌아온다 믿어서 여기 장어들을 풍천장어라 불렀다. 장어하면 풍천 장어고, 풍천 장어라 하면 고창 장어이다. 즉, 고창에 와서 장어를 안 먹었다면 고창에 또 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다음은 복분자 차례이다. 복분자는 '엎어질 복(覆), 요강 분(盆), 아이 자(子)'를 쓰는데 풀이를 하자면, 다음날 요강이 엎어질 정도로 시원하게 볼일을 보게 해주는 작은 아이란 뜻이다. 그 뒤로부터는 다 알만한 이야기이니 긴 이야기는 생략하고, 복분자 농사에는 비옥한 땅이 매우 중요하다. 비옥한 영양분이 해풍을 타고 날아오는 고창 복분자는 그래서 맛나다. 달콤 시큼한 복분자주에 기름이 좌르르 도는 장어 한 점이면, 잘 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2. 선운사 단풍 놀이

배도 채웠겠다 선운사로 단풍놀이를 나선다. 선운사가 자리잡은 산은 선운산이라고도 불리우지만, 도솔산이라고도 부른다. 불교에서 도솔천이란 미륵보살이 살고 있는 곳을 말한다. 천국같이 예쁜 이 산에 도솔이란 이름을 붙이고 이 곳의 주인 미륵(여래)을 바위에 모셔놓았다. 오늘은 이 암각여래상부터 만나려고 선운사를 지나 바로 도솔암으로 향했다. 바위에 세겨놓은 여래상이 흔하지 않기도 하지만 조선 말기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함께 했기에 꼭 한번 올라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조선 후기를 뒤흔들었던 동학운동이 바로 이 여래상의 명치로부터 시작된다.

 여래상의 목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명치에 네모난 서랍이 파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감실이라부르는데 불경을 적은 다라니나 사리 혹은 사리 대용 구슬 등을 넣어 두는 곳이란다. 이것이 세월을 따라 흘러 흘러 사람들은 이 불상 명치에는 이상한 문서가 들어있어 그것이 세상에 나오는 날 한양이 망한다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 힘을 보태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전라도 관찰사 이서구가 이 비책을 열어보았다 천둥 번개가 휘몰아쳐 놀라 얼른 도로 봉해두었다는데, 그 첫 글귀가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라고 쓰여있었다 한다.

  이후 동학의 접주, 손화중이 다시 이 비책을 가지러 온다. 이 비책이 봉해질 때 내려진 벼락 살은 이미 이서구가 맞았으니 염려할 것이 없고,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쑥대밭이 된 지금 이 비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손화중이 이 비책을 손에 넣었다는 소문에 농민들은 크게 고무되었고 이에 곧 새 나라가 올 것처럼 온 농민이 들썩이니 나라에서는 강경준, 오지영, 고영숙 등 많은 접주들을 잡아 고문하였으나 손화중은 끄끝내 잡지 못하고 이들을 사형에 처하였다. 이 작은 구멍에서 나온 경전 하나가 힘없는 농민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 손화중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이 일이 있은 일 년 반 뒤, 전봉준을 필두로 8천여 명의 농민이 궐기에 나섰다. 진주성까지 여새를 몰아 격파하였으나, 일본군에 밀려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손화중은 이때 고창에 피신하여 있었는데, 전봉준이 체포되었다는 말에 자진하여 출두하였다고도 하고 이봉우가 밀고 하였다고도 한다. 어찌 되었건 전봉준과 함께 서울로 압송되어 결국 사형당한다. 한양이야 망했는지 말았는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여래가 괜히 좀 미워진다. 이렇게 역사적 순간을 만끽하고 돌아서면 예쁜 단풍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단풍들과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가을이 되었음을 온 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3. 구시포 해수욕장 노을

 

 매일 뜨고 매일 지는 태양이지만 여행 온 날은 이 태양마저도 특별하다. 오늘은 30여분즈음 달려 구시포 해수욕장에서 노을을 보기로 했다. 서해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항상 아름답지만, 1.7km나 길게 펼쳐진 백사장에서 서서 천천히 지는 이 곳의 해는 참 아름답다. 


4. 마무리

  결혼하기 전 나는 남편에게 '봄에는 꽃놀이 가고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하며, 함께 나이먹으며 평범하게 살자'고 약속했다. 올 해 봄에는 코로나 때문에 꽃놀이를 못 갔는데, 가을에는 다행히 단풍놀이를 갔다 올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너무 특별했다. 어서 빨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5. 추천코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보리나라 학원농장(철마다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다) > 학원농장식당(점심) > 선운사 > 저녁(장어구이) 


 사랑하는 아이들과 있다면: 

 선운사 > 점심(장어구이) > 상하농원 > 구시포 해수욕장(노을) > 상하농원(저녁)







선운사에 대해서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고창 장어 맛집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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