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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선 Mar 16. 2021

DT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 하지만 시작은 운영

DT에 관심을 보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처음부터 상당히 큰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 공유된 많은 DT의 성공 사례들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더불어 DT를 주도하는 회사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DT를 통해 뭔가 마법 같은 결과물을 얻어 낼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DT의 여정 또한 한 걸음씩 내디뎌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선 DT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우선 B2C 분야에서는 단연 스타벅스를 꼽을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커피를 판매하던 비즈니스 모델에 사이렌 오더라는 모바일 서비스를 추가한 사례이다. 직접 매장에서 점원과 대면하여 주문하는 것에서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주문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타벅스 전용 카드를 만들어 예치금을 적립하고 이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였고 다양한 리워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핸드폰의 앱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다. 스타벅스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 정보를 모으고 이를 활용할 새로운 궁리를 할 것이다. 


최근 몇몇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를 글로벌에서 가장 강력한 핀테크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매장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 번호판과 기존 스타벅스 멤버십을 연동하여 굳이 앱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결제까지의 경험을 완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실험과 끊임없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는 DT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사례는 B2B 분야다. 여기에는 롤스로이스의 항공기 엔진 비즈니스 사례가 있다. 항공기 엔진 판매는 자동차와는 달리 항공사가 비행기를 제작  발주할 때 엔진은 어디 것을 써달라고 지정하는 형태로 비즈니스가 진행된다. 즉 대한 항공이 보잉과 같은 항공기 제조사에 비행기를 구매할 때 특정 브랜드의 엔진을 사용하겠다고 지정해서 주문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사 비즈니스 모델이 그러하듯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그 이후 엔진에 대한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공기 엔진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를 통해 모아지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유지 보수를 진행한다. 항공기 엔진 하나가 한 시간에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20 테라바이트에 달하는데 비행기에 2개 정도의 엔진이 있고 평균 여섯 시간을 비행한다고 가정하면 이때 만들어지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항공기 엔진의 결함을 정확히 진단하는 등의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빠르게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한발 앞선 유지 보수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항공사가 항공기 엔진의 결함으로 하루 운항이 중단되면 약 500억 원의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1년 평균 1주일 정도 엔진으로 인한 비행 손실이 이 발생하니 손실액 전체를 따져보면 3,500억 원 정도의 규모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일종의 성과급을 받는 형태로 롤스로이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다. 즉, 기존 유지 보수 서비스에서 1주일 정도 일어나던 운행 중단을 빅데이터 분석과 사전 유지 보수를 통해 줄이게 되면 이로 인해 얻게 되는 항공사의 수익 중 일부를 받는 모델로 새롭게 비즈니스를 전환한 것이다. 즉, 항공기의 실제 운행 시간에 비례하여 서비스 요금을 과금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와 판매에서 운행 시간에 비례한 비용 과금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한 것이다. 


스타벅스나 롤스로이스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여정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끊임없는 실행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만들어진 결과물만 보고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중견 기업 이상 규모의 회사에서 시도되는 신사업의 모습을 따르거나 아니면 스타트업의 실행 체재를 따른다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 투자와 조직적 변화, 다양한 밸류 체인의 변화가 함께 진행되어야만 DT는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이 DT를 실행한다고 할 때 무엇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 


DT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전까지는 기존 주력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주력 제품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전환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제조 기업이라면 생산하는 제품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즉, 제품에 인터넷을 연결해보고 인터넷에 연결될 때 무슨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롤스로이스의 사례에서처럼 엔진 제조업에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수백 대의 택시를 소유하고 이를 통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우버처럼 택시를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량 기반으로 과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제품의 디지털화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주력 제품을 디지털화하는 것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운영 효율화에 먼저 집중해 보는 방법이 있다. 운영 효율화는 결국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투자되는 다양한 비용의 절감을 의미한다. 기획-개발-운영-생산-품질 등의 밸류 체인(Value Chain)에서 DT의 기술 요소라 할 수 있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적용해보고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프로세스의 개선 또는 운영 효율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숙련된 작업자들의 노하우와 경험 중심의 생산 공정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화하 하는 것, 이로 인해 생산 공정 수율 1%만 개선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이외에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한 이후 고객들의 리뷰 데이터 분석하거나 인터넷에 연결된 제품의 사용 데이터를 추적해서 이상 상황을 조기에 감지해 리콜과 같은 품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활동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주력 제품의 판매 수량을 예측하는 활동,  제품 수리를 위한 부속품들의 보관 기간을 추정하는 활동 등도 DT를 통해서 효율화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은 기업의 영업 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경영진에서는 DT를 비즈니스모델 변화라는 신사업 추진, 경영 효율화라는 비용 절감 관점에서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음식료 분야나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경우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를 위해 오프 중심의 FGI(Focused Grup Interview)를 통해 시장 조사를 해왔다면  이제는 SNS의 각종 댓글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다. 이런 방식도 DT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DT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높은 목표를 잡고 추진하다 보면 돈만 많이 쓰고 그 결과가 기대에 영 못 치거나 내부의 반발로 인해 DT가 실패될 수도 있다. 그래서 큰 목표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도입하여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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