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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유준 Jun 28. 2015

야구와 사진

야구장에서 좋은 사진 찍고 싶어?


매일매일 수많은 사진들이 페이스북을 뒤덮는다.

페이스북 친구 중 90% 이상이 LG Twins 팬들인 나의 경우에는

야구장에서 찍은 선수들의 사진과 경기 속 장면들을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몇 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나 역시 많은 야구장 사진을 올리고 있다 보니

야구 사진뿐 아니라 사진, 카메라, 렌즈들에 관한 문의를 꽤 많이 받는 편이다.


이 글을 빌려 죄송하다는 말 먼저 한마디 하겠다.

난 카메라 기종이나 렌즈 등에 관한 문의는 가급적 대답을 회피한다.


사진은 기계가 찍는 게 아니라 '사람'이 찍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물론 가격이 올라갈수록 좋은 사진을 찍을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비싼 카메라를 산다고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확률은 0%이다.


사진을 이해하고 빛을 다룰 줄 모른다면 수억을 들여 카메라를 구매 한들 좋은 사진이 나올 리 만무하다.


본 내용은 

야구장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구매했는데 왜 사진이 맘에 안 드는가?

혹은 야구장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구매할 예정인 분들을 위해 쓰는 글이다.


또한, 어느 정도 야구에 대해 아는 분들을 위한 글이다.

적어도 직관을 많이 다녀본 분들은 이해가 빠를만한...


1. 카메라와 렌즈를 고르자

어떤 바디와 어떤 렌즈를 사야 하는지 고민이 많으실 줄 안다.

이미 사진에 관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DSLR 초보이거나 처음 다루려는 분들은 이 문제로 많이 고민도 하고 중복투자를 하기도 한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부분은 꼭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자.


- 야구경기는 대부분 야간에 열린다.

- 내가 찍으려는 선수와 나와의 거리는 최하 수십 미터 이상이다.

- 선수들은 가만히 서있지 않는다.


위 세가지만 기억하더라도 바디와 렌즈 선택에 큰 도움이 되시리라.

야간에 경기가 열린다는 것은 다시 말해 주광(햇빛)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어지간한 셔터스피드로는 다 흔들리는 사진이 찍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카메라를 좀 다뤄봤다는 분들은 이런저런 세팅 값을 매만지며 대응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는 그런 거 모른다.


특히 선수들은 정지되어 있는 사물이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뛰어다닌다.

그것도 나와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벌써 답 다 나왔다.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밝은 렌즈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세상에는 밝은 렌즈라는 렌즈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조리개 최대 개방값이 작은 렌즈' 정도랄까?)

F값과 셔터스피드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면 좀 이야기가 쉬워진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보자.

저 멀리 있는 선수들을 줌으로 당겨 찍기 위해서는 당연히 망원 줌렌즈가 필요하다.


한 줄로 요약해볼까?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는 밝은 조리개 값의 망원 줌렌즈'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300mm 혹은 그 이상의 화각을 가진 렌즈들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지만

우리가 뭐 스포츠 사진기자도 아니고... 그런 렌즈를 만져볼 기회도 없으리라.

본인이 구매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좋은 렌즈를 구매하는 것이 정답이다.


카메라는?

물론 카메라 역시 본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장 눈여겨볼 조건은

'빠른 셔터스피드와 노이즈 억제 능력' 되시겠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2. 야간 홈경기를 찾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뭐 이런 걸 가리고 다니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거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이다.

사진과 빛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빛을 다루는 기술이고, 카메라라는 기계 자체가 빛을 담는 기계니까.

빛은 태양이라는 주광에 의해 만들어지고,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되어 보이는 것들이 색(色)인 것이다.


뭐 얘기하자면 길어지니까...


그냥 간단하게 순광, 역광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

사진을 찍는 사람은 태양을 등지고 찍자.

그래야만 내가 찍으려는 피사체는 햇빛을 듬뿍 받게 된다.

사진을 모르는 분들도  '역광'이라는 단어는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이는 찍는 사람이 태양을 바라보고 찍어서 피사체가 시커멓게 나오거나, 태양이 사진을 잡아먹어버리는 경우다.

기술적인 부분은 생략하더라도, 이건 꼭 기억하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태양을 등지자'


이제 왜 홈경기는 야간을 노려야 하는지 이해가 가실 거다.

홈에서의 야간경기는 태양이 내 등 뒤로 넘어가고 있다.

음...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6월 28일 일요일이고 마침 잠실에서 LG Twins 홈경기가 있는 날이니까

오늘로 예를 들어보겠다.


오늘 경기는 오후 5시(일요일)에 열리게 되고 일몰시간은 19시 57분이다.

경기가 거의 끝날 때쯤 해가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적어도 오후 5시부터 7시 정도까지는 태양이 내 등 뒤에서 경기장을 비춰주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내가 찍으려는 피사체는 내 등 뒤에서 날아오는 빛들을 고스란히 받아주고 있을 것이다.

엄청난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다.


3. 한놈만 패자.


어감이 좀 살벌한가?

안타깝게도 야구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대부분의 DSLR유저들은 이선수, 저 선수 돌려가며 찍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찍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가급적 의미 있게 찍어보도록 하자.

더 좋은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기 전 몸을 풀고 있을 때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래 사진을 보자.


경기 전 두 선수가 연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뭔가 재밌는 장면이 포착되리라...

3분도 채 기다리지 않았는데 이런 장면이 나왔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두 선수가 얼마나 절친이며, 개구쟁이들인지 알 수 있다.

더불어, 오지환 선수의 엉덩이가 탐스럽다는 것ㄷ...;;


이런 장면이 나올 것이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조금만 기다리고 순간을 노리자. 사진이 재미있어진다.


4. 넓게 보자.


위 내용과는 좀 상반된 내용일 수도 있다.

야구장에서 야구선수만 찍으라는 법은 없다.

경기장 내의 각종 풍경이나, 관중들의 열띤 응원, 아름다운 치어리더들, 귀여운 꼬마팬들, 행복한 가족의 모습.

찍어야 할 피사체는 넘치고 넘친다.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보면 예쁘고 아름답고 행복한 피사체가 무궁무진하다.

이 설명은 몇 장의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팀웍이는 사실 야구는 잼병이다.jpg

경기전 각종 재롱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 주는 마스코트들. 행복이와 캐치볼을 하는 팀웍이는 글러브로 공을 받지도 못하는 '야구 잼병' 인가보다. 물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일 뿐. 선수들만 잔뜩 노리고 있었다면 이런 사진은 못 찍었겠지.




잠실 귀염둥이 노아양과 아빠의 오붓한 시간

딸 사랑이 지극하기로 소문나신 형님과 수많은 엘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아 양.

경기 전 텅 빈 관중석에서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계시다. 

이 사진 한 컷으로 두 분은 남들이 느끼지 못할 또 다른 행복을 느끼셨을 듯.

내가 찍은 사진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사진가만이 가진 특권이다.

(형님~ 허락 없이 사용했다고 혼내시지는 않을 거죠?)




저녁노을은 잠실을 아름답게 감싸주기도 한다.

사람이 볼 수 없는 장면을 보게 해주는 게 사진이다.

물론 저날 하늘이 저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약간의 세팅과 보정으로 가능한 표현이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저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늘을 자주 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빛과 날씨를 보기 위해서라도 하늘은 자주 봐야 한다.




자꾸 쓰다 보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읽는 분들도 지루해지겠지.


다음 편에는 조금 더 기술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위 내용 중에 다음에  이야기하겠다는 부분들을 조금씩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다.


조금이나마 야구 사진 찍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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