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며 살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피가 난다.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손수건을 적신다. 피를 멈춰보기 위해 손수건으로 어떻게든 꾹 꾹 상처를 눌러보지만 역부족이다. 이 작은 상처에서 나오는 피가 이 정도라니. 딱지를 뗄 때마다 느낀다. 얼마 전에 모기 물리고 가려운 곳을 긁다가 생긴 상처 위에 살포시 얹혀 있던 조그마한 딱지. 아무는 과정에 가려움이 동반된다지만 너무나도 가려웠다. 분명히 딱지를 떼면 피가 많이 날 것을 알면서도 결국 난 딱지를 손톱으로 긁어냈다. 그리고 역시, 예상했던 대로 피가 많이 흘렀다.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난 후회하진 않는다. 왜 딱지를 뗐을까. 그야 이유는 단순하다. 가려워 미치겠었으니까. 딱지가 떨어져서 상처가 나서 피가 나더라도, 그때 그 순간의 가려움은 참기 어려웠었으니까.
우리는 안 좋은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저질러버릴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한 밤중에 먹는 야식이 있을 것이다. 고된 하루를 끝내고 돌아오면 당연히 야식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명히 밤 11시에 라면을 먹으면 다음날 얼굴이 부을 것을 알고 있다. 치킨을 먹으면 다음날 최소 1kg은 쪄있을 것이라는 걸 안다. 알면서도 우린 먹는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먹고 난 후, 후회를 한다. 죄책감에 몸부림치며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텐데! 하고 자책을 하곤 한다.
결과를 알고 있었는데 뭣하러 후회하는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시간을 돌릴 순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당신은 분명 이런 결과가 생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싸우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것임을 알고 있었고, 밤에 라면을 먹으면 살이 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험기간에 친구들이랑 노래방을 다니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상처에 난 딱지를 떼면 피가 콸콸 나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결과에 대해 후회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알고서 했는데 후회해서 뭐하겠는가. 그 행위를 할 땐 분명히 머릿속에서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서 자기 자신을 설득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설득당했고.
다이어트 중이었지만 공복의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야식을 먹게 되면 일단 그 순간을 만끽하자. 그리고 다 먹고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오더라도 너무 후회는 하지 말자. 그냥 다음엔 배고픔을 좀 더 참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거나, 다음날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과거에서 해답을 찾는 게 아닌,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후회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자
상처에 난 딱지는 떼지 않는 게 좋다. 한 밤중에 야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연인에겐 화를 내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하지 말란 걸 다 안 하면서 살 순 없다. 그렇게 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고 변칙적이다. 저지르더라도, 후회는 하지 말자. 현재를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