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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r 28. 2017

난 오늘도 혼자 영화 보러 간다

적막한 영화관에서 느끼는 설렘. 

나는 혼자 영화관 가는 걸 몹시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살짝 어둡고, 달콤한 팝콘 냄새와 커피 냄새가 넘치는 그런 영화관 자체도 좋아한다. 최신 영화 팸플릿을 뒤적이면서, 영화 보러 온 몇 안 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꽤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영화 보는 것보다 영화관을 더 좋아한다

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보다 혼자 보러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것도 심야로. 새벽 1시에 텅 빈 거리를 걸어서 영화관에 갈 때면, 그때만큼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 없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인 뒤, 살짝 취한 상태로 홀로 가는 영화관. 나름 삭막한 도시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위기 있는 취미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으면 영화관 안에 있는 오락실이 문을 안 닫았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텅 빈 오락실에서 혼자 인형 뽑기를 하곤 하는데, 아무리 인형 뽑기를 잘 못해도 눈치가 안 보인다. 운 좋게 인형을 뽑게 되면 홀로 쾌재를 부르곤 한다. 


적막한 영화관에서 느끼는 설렘

<스타워즈:로그 원>을 심야 영화로 본 날이 있었다. 솔직히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마니아 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혼자 큰 영화관을 독차지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심지어 4D로 예매했기 때문에.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설레는 시간을 보낸 뒤, 영화관에 들어갔다. 역시나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사실 아무도 없더라도 공공장소에선 그러면 안됐는데, 신발도 나란히 벗어놓고 우리 집 안방처럼 편하게 다리를 흔들면서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어떤 여성 분이 영화 상영관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수많은 좌석들 중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버린 것이다. 그때 난 신발도 벗어 놓고, 인형 뽑기로 뽑은 잠만보 인형을 허리춤에 매달고 있었다. 정신 나간 사람으로 봤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모습, 그 자체. 황급히 잠만보를 가방 속에 넣고, 신발을 신었다. 부끄러우면서도 한 편으론 신기했다. 스타워즈 영화를 심야로, 그것도 4D로, 그것도 혼자 보러 오는 그런 여성 스타워즈 광팬이 있었다니. 나에게 일종의 동지애가 생겼다. 물론 영화가 끝난 뒤엔 뒤도 안 돌아보고 제각기 갈 길을 떠났지만.


혼자 영화를 보면 더 집중이 잘 된다

사실 처음엔 혼자 영화를 보는 게 꺼려졌었다.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는, 외로운 사람들의 취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번 혼자 영화관에 가보니까, 영화관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전엔 친구들과 떠들면서 영화를 기다리다가 놓쳐버린 영화관의 냄새, 느낌을 혼자 영화관에 가니까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볼 때에도, 영화의 플롯과 사운드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어서 더 깊게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고. 


얼마 전에 운 좋게 브런치 무비 패스를 받았다. 1인 2 매라서 친구 하나를 더 데려갈 수 있지만, 난 혼자 갈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 영화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혼자 가는 것만큼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혼자 영화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내가 느끼는 설렘을 다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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