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마다 난 꿈을 꾼다.
난 잠을 잘 때마다 꿈을 꾼다. 꿈을 안 꾸고 잠을 잔 기억이 거의 없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꿈을 꾼다고 한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꿈을 꾸고 일어날 때마다 미칠 듯이 피곤하기 때문에. 다시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에 빠져들 것만 같다. 하지만 날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 다채로운 꿈들은 내가 잠들기 전 약간의 설레는 맘을 갖고 눈을 감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유치하게' 표현하자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
매일 밤마다 어떤 꿈을 꿀지 설렌다
사실 내가 꾸는 꿈은 평상시 내가 하고 있던 걱정이나 생각이 일종의 영상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곤 한다. 예를 들면, 작업의 마감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에 쫓기고 있을 땐, 보통 무엇인가로부터 쫓기는 꿈을 꾼다. 귀신이 쫓아오는 것보단, 칼을 든 살인마가 쫓아오는 꿈을 꾸는 편이다. 왜냐하면 난 귀신을 어렸을 때도, 지금도 절대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귀신보단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게 현실인 것일까.
아무튼, 난 잠에 자기 전까지 설레는 마음을 갖고 기다린다. 심지어 악몽도 기대된다. 오늘은 어떤 악몽을 꿀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꿀까, 아니면 옆에서 폭탄이 터지는 꿈을 꿀까. 날 어떤 방식으로 놀라게 할지 기대하면서 잠이 찾아오길 숨죽여 기다린다. 일상이 너무 따분해서 그런가, 해가 뜨기보다 지는 걸 기다리는 나 자신을 보면 일종의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일어나 있는 시간을 더욱더 즐겨야 하는데, 꿈속에서 헤매는 시간을 더 기다리는 건 좀 슬픈 게 사실이다.
이젠 꿈을 안 꾸면 심심할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꿈을 자주 꾸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유력한 이유는 내 비염이다. 요즘 환절기라서 그런지 코가 너무 잘 막힌다. 잘 때에도 예외는 없다. 양쪽 콧구멍이 막혀서 입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게 잠에 들면 당연히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고, 얕은 잠을 자게 된다. 그리고 얕은 잠을 잘 때 인간은 꿈을 잘 꾸기 때문에 난 꿈을 매일같이 꾸는 것이다,라고 첫 번째의 그럴싸한 이유를 떠올렸다. 두 번째 그럴듯한 이유는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기 때문이다. 요즘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있는데,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꿈을 종종 꾼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을 땐 기차선로에 뛰어들어서 기차에 치이는 동시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기도 했다.
깊은 고민 끝에 유추한 내가 꿈을 자주 꾸는 이유는 위 두 가지 이유들 중 하나이거나 둘 다 일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도 난 꾸준히 꿈을 꿀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꿈을 안 꾸면 밤에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내게 이제 잠을 잔다는 것은 꿈을 꾼다는 것과 거의 동일한 뜻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오늘은 무슨 꿈을 꿀까. 오늘 TV에서 해리포터를 잠깐 봤는데 날아다니는 빗자루를 타고 구름 속을 휘젓고 다니는 꿈이나 꿨으면 좋겠다. 꿈속에서라도 이 일상의 권태로부터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