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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pr 02. 2017

밥을 먹는 건지 사우나에 온 건지

난 매운 음식을 몹시 좋아한다.

사람들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난 다 좋아하는데?'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좋아하는 음식이나 맛이 있을 것이다. 난 단 음식도, 짠 음식도 싫어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바로 미칠듯한 매운맛이다. 사실 '맵다는 것'은 맛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한다. 뭐 맛이 아니면 어떤가. 난 맛이든 고통이든 매운 게 좋다. 먹자마자 머리가 핑 돌고, 땀이 비 올 듯이 쏟게 만드는 그런 화끈한 매운맛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사실 매운 음식을 썩 잘 먹는다고는 할 수 없다. 조금만 매운 음식이 입 안에 들어가도 혀에 불이 붙은 듯 펄쩍펄쩍 뛰고 땀으로 옷이 흠뻑 젖는 나니까. 하지만 매운 음식을 앞에 두고 먹기 전 그 설렘이 정말 좋다. 그리고 시뻘건 음식의 비주얼이 나의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이 매운 걸 내가 먹을 수 있을지, 나 자신의 한계를 테스트해보는 기분이다. 혼자서 먹는 것보단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먹기 전부터 '난매 운 거 엄청 잘 먹어', '이 정도면 간식이지' 하며 각종 허세를 다 떨지만, 정작 먹기 시작하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들이다. 각자 자신이 더 잘 먹는다는 것을 뽐내고 싶은 경쟁심이 부른 참사. 음식으로 센 척하냐고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어떡하나, 우린 이런 사람들인 걸.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운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다.  


같이 매운 음식을 도전하는 '전우들'

그래서 온갖 매운 음식은 다 먹어봤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쉽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불닭볶음면.' 최근엔 불닭볶음면이 종류별로 나오기 시작해서 더욱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 제일 매운 버전인 '핵 불닭볶음면'은 말 그대로 '핵'이다. 입 안에 면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혀에 불을 지르기 시작하더니, 입가가 지릿지릿 저리기 시작한다. 땀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언뜻 보면 불닭볶음면을 먹는 건지 사우나에 있는 건지 모를 정도이다.


사람들과 함께 매운 음식을 끝냈을 땐 일종의 '전우애'가 혀와 함께 불타오른다. 같이 보스몹을 사냥한 느낌이라면 비슷할라나. 음식을 다 먹고 난 뒤면, '별거 아니네', '먹을만하네' 라며 온갖 허세는 다 부린다. 얼굴은 불가마에서 금방 나온 사람이지만 그런 '뻔뻔한' 허세를 서로 부리다 보면 쓰린 속에 불구하고 웃음꽃이 핀다. 


매운 음식도, 같이 먹는 사람들도 좋다

매운 음식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사람들과 그 '고통'을 함께 나눌 때 즐거움은 배가 된다. 어색한 사이의 친구와 함께 매운 음식을 먹다 보면 우유를 서로 건네주며 어느새 '전우'가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이런 무식하게 고통스러운 매운 음식들을 끊지 못하는 것 같다. 맛도, 같이 먹는 사람들도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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