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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y 09. 2017

나도 모르게 설득당했던 것이다

<설득의 심리학>,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원칙


우리는 모두 쓸데도 없는 비싼 물건을 구입하고 왜 샀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그냥 내가 불현듯 사고 싶어서, 원래 사치를 즐겨하는 성격이라서, 라며 모든 우리의 행위가 자발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우린 변명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린 설득을 당한 것이다. 그 설득의 방식은 매우 교묘해서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설득의 심리학>은 총 6가지의 사람을 설득시키는 법칙들을 소개하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설득을 당해왔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상호성의 법칙

우리는 빚을 지면 그 빚을 갚고 싶어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아무리 작은 호의를 받았더라도, 그 호의로 인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불로소득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설득한다. 가장 좋은 예로는 대형 마트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공짜 샘플이 있을 것이다. 조금의 공짜 샘플을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가 성립이 된다. 


또 다른 예로는 처음부터 무리한 부탁을 한 뒤, 그 부탁이 거절당하면 본래 하려던 부탁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양보를 하면, 나도 양보를 해야 한다는 심리가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만 원을 빌리고 싶다면 처음엔, 3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거절당하면 그제야 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럼 만 원을 빌릴 수 있는 확률이 처음부터 만 원을 빌려달라고 할 때보다 높아진다.  


일관성의 법칙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패턴을 일관되게 우리의 의사 결정에 반영시키고자 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개입하게 된다면, 우리는 일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그 일을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내게 작은 요청을 하고 내가 이를 들어준다면, 훗날 그 사람이 더 큰 부탁을 하더라도, 내가 들어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단, 이런 일관성의 법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내 개입이 자발적인 개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질 때, 일관성의 법칙이 유지된다. 이러한 자발적인 개입은 내 이미지를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가짜 웃음'을 예로 든다. 우린 평상시에 예능을 보다 보면 가짜 웃음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웃기는 점은, 우리도 그 가짜 웃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따라서 웃는다. 심지어 우리는 코미디 유머의 질과 관계없이 가짜 웃음소리에 반응하게 된다. 즉, 우리의 행동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사회적 증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데엔, 사회의 불확실성과 사람들의 유사성이 큰 도움을 준다. 지금 현재 상황이 너무나 불확실하고 어지러울 때,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행위를 모방하게 되는데, 그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과 '유사'할 때, 그 모방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설득의 심리학>은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경우 그들이 우리가 모르는 것까지 아는 것으로 착각한다. 특히 우리의 판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 그 군중의 집합적인 지식에 커다란 진실을 부여하려 한다
-<설득의 심리학>

호감의 법칙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더 잘 설득된다는 법칙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느끼게 될까. <설득의 심리학>은 일차적으로 우린 상대방의 신체적인 매력에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키가 있다. 키가 큰 상대일수록 상대방에 대해 신뢰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협동을 통한 학습을 제시한다. 같은 목적 아래에서 함께 힘을 합하여 성공을 거둔 두 집단의 갈등이 수그러들었고, 오히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증대되었다는 점이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연상 작용이 있다. 사람들은 좋은 소식을 들려주는 사람에겐 호감을 느끼는 반면, 좋지 않은 소식을 들려주는 사람에겐 비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고대 페르시아 전쟁 메신저는 승리의 소식을 전할 땐, 온갖 산해진미를 상으로 받았다. 그러나 패배의 소식을 전할 땐 그 자리에서 목이 잘렸다. 그래서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소식에 자신을 연결시키고, 부정적인 소식엔 자신을 분리시킨다. 


권위의 법칙

밀그램의 유명한 실험이 예시로 제시됐다. 사람들은 합법적 권위에 복종하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의사의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가 의학계의 전문가이자, 권위자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의사의 말이라면 지나치거나,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권위자의 외모 도 왜곡되기도 한다. 더 키가 커 보인다 던 지. 


희귀성의 법칙

사람들의 경우 가치가 동일할 때, 무언가를 얻을 때보다, 잃을 때 더 큰 자극을 받는다. 물건을 판매할 때, '마지막 판매 10분 전'이라는 시간제한을 걸어두면, 10분이 지나면 물건을 사지 못한다는 제약 때문에 소비자는 자극을 받게 된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그 대상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줄어들게 된다. 이미 누리고 있는 자유가 상실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양가 부모의 극심한 반대가 없었다면 그런 극단적인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름길식 의사결정을 볼모로 이윤을 추구하는 불로소득자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의사 결정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방식을 모방한다던지, 합리적 권위에 따른다던지, 평소에 하던 대로 하는 등, 최대한 단순하게, 그리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심리를 불로소득자들은 교묘하게 이용한다. <설득의 심리학>은 이윤 추구를 위해, 이런 설득의 심리학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설득의 심리학>이 비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지름길식 의사결정의 신뢰성을 볼모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꾼 같은 불로소득자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난 비로소 내가 왜 쓸데없는 물건을 비싼 값을 치르고 샀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날 설득하고자 하는 교묘한 시도들을 간파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 취미가 있던 게 아니라, 나도 설득을 당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세상을 조금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된 건 일종의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을 알려준 이 책이 너무나 고맙다. 더 이상 억울하게 설득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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