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네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May 27. 2017

늘 불안한 당신, 습관이다

<감정은 습관이다>, 책으로 받는 감정 상담


항상 걱정이 많은 사람. 늘 외로워하는 사람. 나쁜 남자가 계속 꼬인다고 하는 사람. 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어떤 특정한 '감정'을 오랫동안 느낀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그 사람들은 굳이 계속 느끼고 있는 것일까. 마치 어떤 이득이라도 가져다주는 것처럼. 정신과 전문의 박용철 의사가 쓴 <감정은 습관이다>라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책은 왜 사람들이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얽매여서 살고 있고, 어떻게 이러한 감정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의 사례들을 들어서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자주 느끼는 감정은 습관이 된다

저자는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에 얽매여서 사는 것은 바로 그 감정이 우리의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자주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익숙해지게 된다. 과거에 인간은 생존이 매우 중요했는데, 인간이 자주 느끼는 감정일수록 오래 생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감정이라고 뇌는 받아들였다. 그러한 인간의 습성 안 아직까지도 남아있어서 우리가 자주 느끼는 감정을 뇌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감정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자주 느끼는 감정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습관이 된 감정을 더욱 강화시키기까지 한다. 만약 우리가 불안이라는 감정을 습관으로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불안을 유발하는 매개를 무의식적으로 찾아 나서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점점 인간은 하나의 감정을 주로 사용하게 되고, 다른 감정들을 무시하기 시작하는 감정 습관의 덫에 빠지면 점점 자극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은 슬픔을 일으켜야 하는 자극에 분노로 반응하거나, 미안함을 일으켜야 하는 자극에 증오로 반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음을 하고, 경쟁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 우린 일상생활에서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일과가 끝난 뒤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놀러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라고 반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감정은 습관이다>의 저자 박용철 의사는 이런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과 경쟁적인 놀이를 즐기는 것 또한 감정의 습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긴장하고 자극된 감정 상태는 과음을 하고 경쟁을 하면서 그 감정 상태를 연장하게 된다. 즉,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자신은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했지만, 뇌는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감정을 찾아 나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젠 습관이 되어버린 불안과 걱정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일종의 '금단 현상'이 생겨버렸으니까. 


부정적인 감정 습관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항상 나쁜 남자를 만나서 고생을 하는 여성이 예로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 여성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나쁜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이러한 감정이 습관이 되어버린다면 벗어나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은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안 좋은 감정 습관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감사한 점을 찾고, 사소한 일에도 의미부여를 하자

그렇다면 우울한 사람은 계속 우울하고 행복한 사람은 계속 행복한 것이냐. 도대체 어떻게 이런 부정적인 감정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저자는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 대신 자극적이진 않지만 부드러운 행복을 가져다주는 세로 토민을 분비시키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극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감사한 점을 발견하고, 사소한 일에도 의미부여를 함으로써 일상의 소중한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연습을 상상을 통해서 계속해야 한다. 또한 일상을 자주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자주, 그리고 능동적으로 검토하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이전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자극적인 감정에만 기대는 감정 습관 대신,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끝으로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이 마음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희망찬 문구와 함께 책을 마무리한다. 


내 방, 책상 앞에서 받는 감정 상담 

난 옛날부터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걱정거리가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고, 걱정거리를 찾아다니곤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걱정이 없던 날이 하루라도 없었다. 걱정거리 하나가 해소되면 또 하나를 굳이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감정은 습관이다>를 읽고 난 후, 난 마치 방 책상 앞에 앉아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20년 넘게 걱정이라는 감정 습관을 없애긴커녕 강화시키고만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이러한 감정 습관을 어떻게 고쳐나갈지 방향을 세웠다. 무심코 지나치는 긍정적인 감정을 되새김하고, 사소하지만 감사한 일에 의미부여를 함으로써 긍정적인 감정 습관을 형성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맞춰서 감정 습관을 교정해나간다면, 내가 불치병이라고 생각했던 이 걱정도 언젠가는 마법처럼 사라져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카피아가씨>를 들으며, <82년생 김지영>을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