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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n 28. 2017

전쟁의 참혹함 그대로

<퓨리>는 해피앤딩, 세드앤딩도 없는, 날 것의 영화다. 

오랜만에 전쟁 영화를 찾아봤다.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꽤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영화가 있었는데, 이는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퓨리>이다. 하필 <인터스텔라>와 개봉 시기가 겹쳐서 빛을 못 본 영화이기도 하다.  <퓨리>는 세계 2차 대전 때 미군 제2기갑사단 소속 MA43E8 셔먼 전차와 그 전차의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다. 그냥 사람 대 사람의 전쟁 영화가 아니라, 탱크를 소재로 한 전쟁영화라는 특징이 지금까지 봤던 전쟁 영화와는 구별되는 점이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일반적인 전쟁 영화처럼 임무를 성공하고 모두가(몇 명은 죽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뻔한 결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지, 얼마나 참혹한 광경이 눈 앞에 놓이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이다.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신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병사들 모습에 <퓨리>는 지속적으로 초점을 잡는다. 


사실 <퓨리>에서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가 아니라, 노먼 앨리슨 역할로 나온 로건 레먼이다. 노먼은 전쟁 통에 브래드 피트의 소대로 전입 오게 된다. 이미 전쟁의 공포와 아픔으로 찌들 대로 찌들어버린 다른 소대원들과 달리 노먼은 인간적인 양심을 유일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나치 포로를 쏘는 것을 거부하고,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며 소리치는 모습은 흑백 세상에서 홀로 피어난 빨간 장미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노먼은 전쟁의 쓰라린 아픔을 겪게 되고, 이는 적에 대한 분노로 승화된다. 결국 그는 다른 소대원들로부터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될 정도로 무자비하게 나치를 죽이는데 열을 낸다.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착할 것 같았던 사람.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 중에 저런 놈이 우리 소대였으면 실컷 패주었을 것이다'라고 울분을 터뜨릴 만큼 선량하였던 노먼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탱크의 기관총으로 나치 병사 수십 명을 죽이는 모습은 <퓨리>가 드러내고자 했던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현재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과거의 전쟁의 아픔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문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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