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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l 11. 2017

<택시운전사>

1980년 5월이 남긴 날카롭고 묵직한 메시지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택시운전사>는 <고지전>과 <의형제>로 유명한 장훈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다. 본래 개봉 날짜는 8월 2일이나, 감사하게도 시사회 참석 기회를 브런치 무비 패스로 얻게 되었다. 그 고마움에 시사회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바로 글을 쓰고 있다. <택시운전사>의 주연 배우로는 송강호, 유해진 그리고 한창 인기 있는 류준열이 함께했다. <변호인> 이후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화제가 되었던 배우 송강호가, 이번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택시운전사>에 함께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지금 잘 나가는 류준열이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이 번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까. 

 만섭(송강호)와 딸. 가난한 만섭은 돈벌기 급하다 @다음 영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아니었다

<택시운전사>의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은 열심히 돈을 벌며 홀로 딸을 키우고 있었다.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한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딨어'라고 혀를 차며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하는 젊은 사람이 흔히 부르는 '꼰대'이기도 했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악착같이 한 푼 두 푼에 목숨 거는 그런 택시 기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에서 광주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오고, 서울에서 광주로 태워다 주면 10만 원을 주겠다는 말에 만섭은 독일 기자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다. 하지만 광주는 폭력으로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상황. 10만 원이라는 돈 때문에 군인을 피해서 간신히 광주에 도착했으나, 이미 만섭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데모라면 질색하고 '대학생은 공부나 해야지'라는 사고방식에 꽉 잡혀있던 만섭은 대학생, 특히 독일 기자의 통역을 도와주던 재식(류준열)이가 무자비하게 군인들에게 진압당하는 모습을 보며 본래 갖고 있던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만섭은 어느새 광주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처음의 모습에서 나서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변모해있었다. 그는 더 이상 꼰대가 아니었다. 

독일 기자 피터와  구재식(류준열). 그리고  대학생들 @다음 영화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슴 한 편이 뜨끔했던 영화  

이 영화는 언론인이 꿈인 내겐 저널리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영화이다. 독일 기자 피터는 광주가 연락도 되지 않고, 위험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광주에 굳이 간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시위대를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최루탄을 마셔가며, 눈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현장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리고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카메라 필름을 지켜내서 세상에 광주의 상황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피터뿐만이 아니다. 언론이 모두 통제당하는 상황에서 광주 기자들은 독자적으로 현실을 폭로하는 기사를 내고자 노력한다. 광주 기자들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지만, 광주 기자들과 피터의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 저널리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현시대의 저널리즘은 어떤가. 기자들은 객관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결국 대중에 입맛에 맞는, 모두가 크게 반대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써내고 있지 않는가. 물론 모든 기자들이 그렇다는 사실은 아니다. 분명 현재 대한민국에도 목숨 걸고 시위 현장을 취재한 피터 같은, 기자라는 직업을 걸고 진실한 신문기사를 내려고 한 광주 기자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 <택시운전사> 시사회에 참석한 많은 기자분들이 가슴 한편이 뜨끔해진 경험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자가 아닌, 취미로 글 쓰는 나 조차도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언론의 책임성을 다해야 할 저널리스트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닌, 2017년이다. 예전보다 모든 면에서 나아진 지금, 저널리즘은 과연 나아진 게 있을까. 


 광주 택시 기사 황태술(유해진)과 서울 택시 기사 김만섭(송강호) @다음 영화


남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과연 정말 남일일까? 우린 아직도 주변에서 수많은 충돌, 시위 그리고 투쟁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너무나 바쁜, 아니 바쁘다고 믿고 싶은 우리에게 그런 사건들은 그저 신문 한편에 난 조그만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잠깐 혀를 차고 지나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예 읽지도 않고 그냥 신문을 덮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린 돈 벌기에 급급하고 대학생들 시위하는 데에 혀나 차면서 한심하게 바라봤던 만섭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같은 택시기사지만, 광주 택시기사들은 시위하다 다친 대학생들을 무상으로 병원에 태워다 주고, 시위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그런 그들을 보며 '서울' 택시 기사 만섭은 돈만 밝혔던 자신의 모습을 한없이 부끄러워한다. 나는 대학생이다. 소신 있게 글을 쓰겠다고 자신했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의 댓글 하나에, 좋아요 하나에 민감해진 그런 소심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어딘가 '다른' 대학생은 분명 사회의 불편하지만 맞서야 할 부분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수많은 '꼰대'들의 손가락질과 혀 차는 소리에도 멈추지 않고. 


용기 있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을 바꾼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는 나서 주겠지라는 마인드의 모든 사람들. 특히 저널리스트들에게 <택시운전사>는 날카롭고 무거운 메시지를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알지만, 알기만 하는 그런 사건을 통해 전달한다.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어쩌면 이미 우리의 일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시사회 사진들. 류준열 잘생겼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인사하러 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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