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이 말하는 진정한 여행
거의 대부분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바로 여행 가는 것.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해서 여행을 가는 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혼자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의 블로그 후기를 읽으면서 괜히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일상이 지겹고 힘들어서 여행을 떠난다면,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책은 여행 중독자인 추스잉 NGO 활동가가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값진 경험과 교훈을 '여행 선배'같은 느낌으로 친근하게 풀어쓴 에세이 책이다. 추스잉은 다른 7명의 사람들과 바구니 하나 달린 자전거를 타고 경주하는 후지산에서 열린 마마치리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 만큼 여행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런 '여행 고수' 추스잉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뭐든지 호기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임하자
일단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라고 추스잉은 강조한다.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세상을 아주 열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집 주변도 제대로 산책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여행을 갈 필요도 없다. 그냥 일상생활이 지겨워서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그저 현실도피에 불과하다. 진정한 여행은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변하고, 독립적인 생활, 사고방식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어차피 인간은 늙고 죽게 될 운명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열정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추스잉은 여행 DNA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자기 발전적인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저 '보여주기 식'의 여행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권에 남들보다 더 많은 도장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인스타그램에 '내가 제일 잘 나가'식의 사고방식이 가득 담긴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 물론 추스잉은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진 않는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가 생각했을 때 그런 경쟁적인 '보여주기 식'의 여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보다 많은 여행지를 갔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도 아니고, 더 빨리 경험한다고 해서 더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비록 느린 여행으로 인해 남들보다 뒤처질 수도 있지만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여행을 완주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여행이라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승리와 패배는 의미가 없다. 즐겁게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행의 목적을 찾자
물론 나 자신을 찾는 것은 여행을 떠나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떠나서 자아를 찾아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모두가 들어본 말일 것이다. 먼저,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여행을 떠나야 하는 목적을 먼저 확실하게 찾아야 한다.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은 앞서 설명했듯이 그저 '현실도피'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여행의 목적을 제대로 찾아낸다면 목표 의식과 함께 생산적인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여행을 떠나면 완전히 다른 환경에 우린 놓이게 된다. 그 뜻은 주변에 눈치 볼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찾았던 여행의 목적을 주변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시도할 수 있다. 평소에 내가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도전해본다면 우린 비로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내가 스스로 정의한 '내가 아는 나',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세계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되어보자
여행을 떠나면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게 된다. 추스잉은 그런 이질적인 문화와 사람들을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그들의 세계의 일부분이 된다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반성해가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가는 과정에서 우린 비로소 우리 문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자국의 문화에 너무 익숙해진 곳이라서 내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나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우리 문화'의 것인지 구분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돌아보며 우린 진정한 '나'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경쟁심을 버릴 수 있게 되고,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길러지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여행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의 기본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열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읽고 사실 양심이 많이 찔렸다. 항상 친구들에게 스페인 여행을 떠날 것이다, 네팔로 떠날 것이다 큰소리를 쳤지만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보여주기'식의 여행을 떠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은 내게 어떤 여행을 떠나더라도 그 여행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냥 멋진 풍경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여행이 아닌, 나 자신을 찾고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내는 그런 여행.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겐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읽고 반성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