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네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Aug 16. 2017

바링허우, 그들은 누구인가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를 읽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 바로 중국의 바링허우들이다. 바링허우들은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로, 덩샤오핑의 산아제한 정책인 독생자녀제를 시행한 후 태어난 세대들이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는 역사 허무주의에 빠진 바링허우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역사 허무주의에 빠진 바링허우 

바링허우들은 다른 중국 세대들과는 달리, 경제 건설보단 계급투쟁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세대들이다. 어렸을 적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독생자녀제로 인해 혼자 자라면서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그들의 부모세대는 노력해서 그들의 높은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나 그들은 노력으로 그들의 부모들만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집 한 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며 단순한 연애 한 번 해보기 힘든 그런 세대, 바링허우 세대는 억울함이 몸에 배어있다. 부모세대는 그들의 부족한 노력을 탓하고, 바링허우가 그들의 억울함을 토로할 곳은 마땅치 않다.  그들은 나라의 경제 건설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보단, 가진 자를 못 가진 자가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를 타파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역사가 아닌 물질적 요건들이다. 역사는 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돈 한 푼 벌기 힘든 '억울한' 세대에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의 저자 양칭샹은 바링허우 세대들이 쓰촨 성 대지진 때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나선 것은 역사적 허무주의에 빠진 자기 자신을 구원해보고자 한 얄팍한 양심의 산물이었음을 고백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는 바링허우들의 역사 허무주의와 억울함의 실태를 고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속으론 알고 있지만 겉으로 꺼내지 않았던 그런 문제들을 수면 위로 꺼내 올렸다는 점에 있어서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헬조선' 대한민국 20대의 모습과 흡사

비록 중국 사람이 쓴 책이지만, 이 책은 내게 전혀 낯설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재 바링허우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1970년, 80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현재 과도기에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꽉 잡아 놓은 일자리들은 빈틈이 생기질 않고,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라는 말 또한 옛말이 되고 말았다. '부모님 세대는 노력해서 다 성공하셨는데, 도대체 왜 난 노력해도 안 되는 거야'라는 억울함을 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엔 수두룩하다. 피땀 흘려가면서 몇 날 며칠을 밤새 일을 해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중엔 '노력하면 못할 게 없다'라는 일종의 '꼰대' 의식의 자기계발 서적들이 판을 친다. 노력의 중요성을 물론 간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노력만으론 할 수 없는 것들의 수가 옛날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는 중국의 '소황제'로 불리는 바링허우 세대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인 동시에 대한민국 청년들의 억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 보고 싶다. 어디에서도 알아주지 않았던 우리의 억울함.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헬조선'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우리가 있듯이, '헬차이나'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바링허우 세대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동지를 얻은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겁한 수평폭력의 피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