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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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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an 26. 2018

배달되는 중입니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저녁 6시 15분에 허겁지겁 올라탄 마을버스. 


남극의 펭귄처럼 꽁꽁 뭉쳐있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든다.  

퇴근하는 사람들 틈에 껴서 팔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얄미운 신호 때문에 버스가 끼익 하며 급정거를 해도,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젠 희미해져 가는 향수 냄새, 담배 냄새, 땀 냄새에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한다. 

콧물도 얼어버릴 체감 온도 영하 20도라는 살벌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버스 안은 답답하리만큼 후텁지근하기까지 하다. 얼었던 콧물은 언제 얼었었냐는 듯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 버스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족에게 돌아가는 사람들,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분명 같은 버스를 탔지만 그들의 버스가 향하는 곳은 모두 다르다.

덜컹거리는 네모 상자 안에 몸을 맡기고, 가끔은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으며 

입을 조개처럼 꾹 닫고 서있는 사람들.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입 안에 맴돌고 있는 말들은 모두 다르겠지.  


그리고 이 답답하고 불쾌한 네모 박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버스 운전사는 편지를 배달한다. 

편지봉투 안에 담겨있는 언어. 그 언어는 똑같아 보여도 모두 다르다. 


편지봉투 안은 따뜻하다. 따뜻해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온기는 서울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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